최근 5거래일 8% 급락…외인 약 1조 순매도
美, 대중 수출 규제에 국내 반도체 업종 타격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까지 변동성 장세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세 지속에 ‘산타랠리(연말과 연초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 기대감 저하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 등으로 반도체업종 투심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 약세가 연말 증시 상단을 제한시킬 가능성이 거론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5거래일(11월27일~12월3일) 동안 8.06%(5만8300→5만3600원) 떨어졌다. 이 기간 외국인은 9956억원 순매도 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외국인은 최근 4개월(8~11월)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순매도 했는데, 연말도 이같은 매매 기조를 이어갈 조짐이다. 외국인이 8월 이후(8월1일~12월3일)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규모는 19조4399억원에 달한다.
최근 삼성전자의 약세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일(현지시간) 대중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추가했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 적용으로 외국산 HBM에도 미국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번 수출통제를 받게 된다. 미국의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출통제 대상이다. HBM 수출통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한국 반도체 업종 내에서 미국의 중국 수출통제 관련 불확실성이 주가에 우려로 작용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발(發) 악재는 삼성전자 주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데 따른 불확실성 확대 우려가 나온다.
향후 대중 수출 통제 관련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관세 부과와 반도체 지원법인 칩스법(CHIPS Act) 폐지 등을 단행할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칩스법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과학 산업에 28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지은 업체에 최대 3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칩스법 수혜 대상에는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와 인텔, 대만 TSMC 등 기업들이 포함된다. 이 법은 지난 2022년 8월 시행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약세 지속이 현실화 될 경우 연말 산타랠리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등도 산타랠리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코스피가 직전 거래일 대비 45.62포인트(1.86%) 오른 2500.10으로 마쳐 3거래일 만에 2500선을 회복했으나, 삼성전자가 동일한 가격으로 마감해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주식을 5540억원 순매수 하면서도 삼성전자는 1160억원 순매도 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반도체 수출 부진 우려와 미국 통상 정책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까지 변동성 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