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X-ray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 본격화

2025-02-25

대한한의사협회는 25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한의사의 X-ray 사용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에 따라 본격적인 X-ray 사용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한의사의 X-ray 사용 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솔선수범하여 진료에 X-ray를 활용키로 했다. 한의협은 또 법원 확정 판결의 취지에 맞게 현행 보건복지부령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10조 제1항 [별표6]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 ‘한의사’를 추가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제일 먼저 X-ray 사용에 나선다는 정유옹 한의협 수석부회장은 “최근 법원에서 X-ray를 비롯한 초음파와 뇌파계 등 다양한 현대 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의 사용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과학의 산물을 활용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X-ray 기기 구비와 이를 통한 적극적인 진료를 선언했다.

이날 한의협에 따르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은 1995년 제정 시 별다른 기준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의료기관의 안전관리자 신고를 받지 않았으며, 동 규칙 제10조 제1항 [별표6]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이 신설된 후에도 ‘한의사’와 ‘한의원’을 그 대상에 넣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 중 의료기관 종류에는 모든 종별 의료기관들이 나열돼 있지는 않지만,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은 ‘그 밖의 기관’에 포함되어 X-ray 설치와 사용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반면 한의원은 ‘그 밖의 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부당하게 설치신고를 거부해 왔다는 설명이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월 17일 항소심에서, 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현행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의 X-ray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와 한의원이 누락되어 있지만, 한의사와 한의원을 제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를 분명히 밝혀 관심을 끈 바 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의료법 제37조 제2항,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10조 제1항 [별표6]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 규정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자를 한정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별표6] 규정에서 한의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그 밖의 기관’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X-ray 사용에 있어 한의사와 한의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법원 확정 판결로 한의사와 한의원에서 X-ray 사용은 가능해졌으나, 정작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가 빠져있어 실제로 X-ray를 한의원에 설치하는 것은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윤성찬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에 맞게 정부는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지금까지 불합리하게 누락되어 있던 ‘한의사’를 즉시 포함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계가 이런 주장을 하는데는 한의사의 X-ray 활용이 환자의 진료 선택권과 진료 편의성을 높여줌은 물론 경제적 부담까지 완화시켜 주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의협에 따르면 현재 한의사에게 부여된 진단 범위로는 염좌인지 골절인지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는 X-ray 등의 검사를 위해 양방의원을 추가로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특히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추나요법도 X-ray 영상진단은 필수적이지만, 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X-ray 검사를 위해 양방의원을 들러야 하는 불필요한 과정과 진료비 지출이라는 이중부담을 안아야한다.

그러나 한의사가 진료에 X-ray를 활용하게 되면 이 같은 의료기관 이중 방문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고 진료비 중복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절감할 수 있음은 물론, 보다 더 안전하게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한의협의 설명이다.

한의협은 그러면서 대만의 사례를 제시했다. 우리와 보건의료 상황이 비슷한 대만은 2018년부터 중의사가 X-ray를 비롯한 4가지 현대의료기기를 진료에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즉시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국민에게 의료비용 혜택도 주고 있다.

한의협은 “대만 위생복리부(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해당)는 ‘중의사는 △일반 혈액, 생화학 검사 △소변, 대변검사 △일반 방사선검사 △정지 상태 심전도를 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판독도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며, “이에 따라 정규 중의과대학을 졸업한 중의사들은 위 내용의 검사를 진행하고 판독하는데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성찬 회장은 “대만 중의사공회 전국연합회에 따르면 대만 역시 우리나라와 같이 중의사와 서의사의 면허·교육이 분리돼 있어 각자 해당하는 의료행위를 하게끔 돼 있으나, 중의학이나 서의학 모두 인체를 다루는 학문인 만큼 공통되는 영역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특히 환자를 진료하면서 골절 등의 경우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등의 경우가 있어 정부에 지속적으로 중의사의 X-ray 사용을 요구했고 마침내 이를 인정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협은 국민들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바라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한의협이 2022년 리얼미터에 의뢰해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 무려 84.8%가 한의사의 X-ray 등과 같은 현대 진단의료기기 활용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어 2014년, 2015년, 2017년 설문조사에서도 각각 88.2%, 65.7%, 75.8%라는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는 것이 한의협의 설명이다.

윤성찬 회장은 “국민들의 강한 열망에 법원의 준엄한 판결까지 내려진 만큼 이제는 보건복지부가 해당 법령에 지금까지 누락되어 있던 한의사를 포함시켜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3만 한의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앞으로 X-ray를 진료에 적극 활용해 국민에게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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