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주류'와 멀수록 '대권'은 가까워진다

2025-01-21

[FETV=권지현 기자] KB금융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최고경영자(CEO)로 또다시 시장이 예상치 못한 인물을 선택해 이목이 모이고 있다. 수차례 이어진 '깜짝 발탁'이 이번에도 재현된 것이다. 앞선 그룹 회장 인사 때는 '은행장→회장' 공식을 깼다. KB금융 핵심 경영진인 그룹 및 은행 CEO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경력은 없다는 뜻이다. 구태여 짚자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주류'가 아닐 것.

◇'9년 수장' 윤종규와 '비은행 일등공신' 양종희, 공통점은

KB금융은 2008년 9월 국내 금융그룹 4호로 출발했다. 지금까지 모두 5명의 회장을 탄생시켰다. 황영기 초대 회장을 시작으로 어윤대, 임영록, 윤종규 회장 그리고 지난 2023년 11월 취임한 지금의 양종희 회장이다. 16년 역사 중 꼬박 9년을 윤종규 전 회장이 이끌었다. KB금융에서 윤 전 회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다.

윤 전 회장은 KB금융에서 금융인생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지내는 등 회계사 길을 걷다가 59세이던 2014년 당시 고(故) 김정태 전 행장에게 발탁돼 국민은행에 들어왔다. 이후 재무전략 부행장, 개인금융그룹 부행장을 지냈고, 2004년 회계기준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고 은행을 떠났다가 2010년 어윤대 전 회장 부름으로 다시 KB금융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돌아왔다.

국민은행과 지주사 임원을 약 6년 동안 역임했다는 점에서 보면 윤 전 회장은 내부 인사로 분류된다. 그의 선임으로 KB금융은 지주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내부 출신 회장을 배출하게 됐다. 이전 3명의 회장들도 내부 주류가 아니었단 뜻이다. 윤 전 회장이 KB를 늘 '우리 KB'라 부를 점은 여전히 회자된다. 매일 챙기는 노란 넥타이와 백팩 역시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애정과 자신감이 가미된 그의 리더십은 조직력이 더해지며 KB금융을 총자산, 당기순이익 1등 금융그룹으로 올려놓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양종희 회장은 2008년 이후 은행 경력이 없다는 점에서 선임 당시 KB 비주류 인사였다. 다만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컸다. 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부사장을 지내고 2016년 KB손해보험 사장으로 취임, 그룹 비은행 계열사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KB에게 '보험'은 다른 금융사에서는 볼 수 없는 위상을 갖고 있다. 금융그룹 '보험 부문' 부회장 포문을 연 것도 양 회장 자신이다.

양 회장의 1년 성적표는 '비은행의 선전'으로 집약된다. 윤 전 회장이 인수했던 비은행 계열사들이 시장에 완전히 안착하면서 자생, 시너지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양 회장이 회장 후보 시절 은행장 출신인 허인 전 부회장을 제칠 수 있던 배경에는 지속가능한 리딩금융이 되기 위해서는 '비은행 강화' 숙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그룹의 판단이 자리해 있다. 양 회장은 취임 첫 해 성적표로 이를 증명했다.

◇늘어난 '다크호스'들...연이은 '깜짝 발탁승진'

윤종규 전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3년간 지주 회장 및 은행장을 함께 맡았다. 이후 당시 허인 부행장에게 은행 CEO를 내주고 6년간 회장직에 집중했다. 허 전 행장 선임으로 KB 사태 이후 이어져 온 지주회장-은행장 겸직 체제는 막을 내렸다. 허 행장은 내부 극소수인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 국민-주택은행 통합 후 선임된 은행장 5명(김정태·민병덕·강정원·이건호·윤종규) 중 장기신용은행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약 4년이 흐른 2021년 12월, KB금융은 차기 행장으로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선임했다. 숫자에 밝아 그룹 내 이름을 알린 그는 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전무) 및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지내며 영업, 재무·전략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선임 당시 만 55세 '젊은 피'로, 이 전 행장 낙점을 통해 KB는 또 한번 깜짝 발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 국민은행은 플랫폼 역량 강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인사 또한 혁신에 나섯 것이었는데, 이 전 행장은 취임 후 실제 '은행'을 넘어선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많은 공을 들였다.

올해 국민은행 수장이 된 이환주 신임 행장도 이력만 놓고 보면 내부 주류가 아니다. 2020년 은행 근무를 끝내고 이듬해 지주 재무총괄 부사장을 거쳐 2022년부터는 생명보험사 수장을 지냈다. KB라이프생명보험은 작년 9월 말 기준 그룹 순익 비중 약 6%를 차지하는 작은 계열사다. 그룹 내 지위도 11개 계열사 중 은행, 증권, 손해보험, 카드에 이어 5위에 자리한다. 이 행장 선임으로 국민은행은 앞서 받았던 '세대교체' 평가를 고스란히 반납했다. 이 행장은 1964년생으로, 이재근 전 행장(1966년생)보다 나이가 많다. 입행 시기도 이 행장이 2년 빨랐다.

KB금융은 이 행장에게 KB라이프에서 보여줬던 관록 경영을 은행으로 확장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룹 내 존재하던 요양 사업 부문을 이 후보가 확장, 시장 개척 수준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을 그룹은 주목하고 있다. 이 행장이 KB라이프 대표 때와 마찬가지로 본업 카테고리 내에서 수익원을 발굴·확대한다면, 은행은 이전보다 손해보험, 증권, 카드 등 비은행으로도 시너지를 낼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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