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선발 LG 톨허스트·롯데 감보아
빅리그 경험 없이도 적응 완료 ‘펄펄’
불펜 뛰던 KT 패트릭도 로테이션 안착
‘ML 191G’ 벨라스케즈는 오히려 ‘쩔쩔’
올시즌 외인투수 성공공식은 경력 대신 궁합
0경기 vs 191경기.
지난 19일 잠실 LG-롯데전에서 선발 등판한 LG 앤더스 톨허스트와 롯데 빈스 벨라스케즈의 빅리그 통산 경기 수다.
메이저리그 경험에서는 벨라스케즈가 단연 우위지만, KBO리그에서 벌인 첫 맞대결에서는 톨허스트가 웃었다. 톨허스트는 이날 6이닝 5안타 2볼넷 1사구 6삼진 무실점으로 LG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벨라스케즈는 5이닝 7안타 2볼넷 3삼진 3실점으로 패전, 롯데의 9연패를 막지 못했다. 지난 12일 KT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데뷔한 톨허스트는 2전 전승, 13일 한화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데뷔전 패배투수가 된 벨라스케즈는 2패째를 떠안았다.
LG와 롯데는 모두 기존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며 이 둘을 각각 영입했다. 그러나 선택의 방향이 달랐다. LG는 빅리그 이력이 없는 톨허스트를 선택했고 롯데는 빅리그 경력이 화려한 벨라스케즈를 데리고 왔다.
영입에 대한 당초 평가도 엇갈렸다. 벨라스케즈에 대해서는 롯데가 ‘승부수’를 던졌다고 했지만, 톨허스트에 대해서는 타 구단들도 일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보니 ‘반전’이다.
올시즌 외국인 투수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는 메이저리그 이력과 무관하게 성공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롯데 알렉 감보아다. 롯데는 기존 에이스 찰리 반즈가 부진과 부상으로 이탈하자 감보아를 선택했다. 빅리그 경험이 전무하고 선발 경험도 많지 않지만 평균시속 150㎞의 구위를 믿고 선택했다. 감보아는 데뷔전에서만 시행착오를 겪은 뒤 이후 승승장구 중이다. 13경기에 나와 10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7승4패 평균자책 2.38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KT가 윌리엄 쿠에바스와 작별하고 영입한 패트릭 머피도 경력이 많은 투수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35경기에서 불펜 투수로만 등판했고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자리잡지 못했다. 최근 선발 등판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KBO리그 데뷔전인 7월18일 한화전에서 구원 등판해 2이닝 3삼진 무실점으로 출발, 차츰 투구수를 늘려 선발진에 합류했고 지난 10일 삼성전에서는 5이닝 1실점으로 첫 승을 거두는 등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를 잡았다.
감보아와 패트릭은 화려하지 않은 이력과 별개로 KBO리그에 와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적응해나간 점이 같다. 공인구 영향도 적지 않다. 감보아는 “미국의 공인구보다 덜 미끄러운 KBO리그 공인구가 손에 잘 맞았다”라고 했다. 패트릭도 “한국 공인구는 조금 더 작고, 심도 더 두꺼운 느낌이라 오히려 좀 더 좋게 작용한다”고 했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시선도 있다. 역시 빅리그 이력이 없는 키움의 새 외인 투수 CC 메르세데스도 “ABS 시스템이 정한 존이 있으니까 거기에 적응하면 된다”고 했다. 메르세데스는 2경기 11이닝 4실점 평균자책 3.27로 나름 선전하고 있다. LG가 톨허스트를 선택한 이유도 ABS존을 공략할 수 있는 커브를 가졌기 때문이다.
매 시즌 10개 구단이 ‘외국인 농사’를 지을 때 이력을 우선시한다. 경력이 화려할수록 몸값은 높아진다. 하지만 올시즌 양상은 빅리그 경험이 KBO리그의 성공과 직결되지는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외국인 선수 영입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