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약속

2024-10-08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모든 시대의 가장 위대한 지성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이라고 부른 첫 번째 사람이다.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처럼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 대한 연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으며 오늘날에 이르러 사회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한 몇 가지 모델들이 제안·발전되어 왔다.

본고에서는 마틴 피쉬베인과 아이섹 아젠(Martin Fishbein and Icek Ajzen)에 의해 소개된 합리적 행동 이론(the Theory of Reasoned Action, TRA)에 대해 살펴보고 이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 청소년들이 디지털 시대로 격변하는 세상에서 질서를 지키고 타인과 잘 어울려 살기 위한 몇 가지 행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

합리적 행동 이론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이 이론에서 인간의 행동은 그들의 의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행동 의도는 ‘행동에 대한 태도’와 ‘주관적 규범’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았는데, 먼저 여기에서 정의하고 있는 ‘태도’와 ‘주관적 규범’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 태도(Attitude)

태도는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긍정 또는 부정적인 경향을 말한다. 여기에는 개인이 행동이 미치는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반영한다. 즉, 행동의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믿는다면, 행동에 대한 태도도 보통 긍정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친환경 제품을 구매·사용하는 것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주관적 규범(Subjective Norms)

주관적 규범은 어떤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보통 기부하는 행동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은 친구나, 가족, 동료 등의 주변 사람들이 기부 행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할 것이라 생각하고 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두 요소는 함께 작용하여 ‘행동 의도(Behavioral Intention)’를 형성하며, 이 의도는 실제 행동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로 여겨진다. 합리적 행동 이론은 인류의 건강 행동, 마케팅, 환경 행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추후 계획된 행동 이론(the Theory of Planned Behavior)으로 확장되어, 태도와 행동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는 이러한 행동 이론을 적용해 청소년들의 사이버폭력 등 디지털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청소년 디지털 행동 캠페인 “프로젝트 닷(https://project-dot.com)”을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 닷은 청소년의 긍정적인 디지털 활동을 발견하고 소개함으로써 건강한 디지털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하는 캠페인이다.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공개한 ‘2023년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 열 명 가운데 네 명, 성인은 한 명 꼴로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청소년의 사이버 범죄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시급하게 의무화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과 정보 시스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범죄 예방,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저작권 보호 등을 포함한 디지털 행동 윤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닷이 제시하는 청소년을 위한 디지털 환경에서의 ‘5대 지향 가치’와 ‘8대 실천 원칙’은 다음과 같다.

먼저, 5대 지향 가치는 ‘발견, 이해, 응원, 연결, 공감’이다. 이는 청소년들이 디지털 세계의 탐험가이자 선구자로서 새로운 가능성 ‘발견’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세대 간의 ‘이해’와 조화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디지털 세계의 양면적인 성격을 인정하고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디지털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 ‘응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결’은 청소년의 이야기 공유로 사회 다양성을 조명하고 깊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해를 증진하는 것이고, 청소년에 대한 단편적인 고정관념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공감’이 있을 때 비로소 청소년을 위한 디지털 환경이 제대로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8대 실천 원칙을 살펴보겠다.

8대 실천 원칙은 ‘진정성, 자율성, 호혜성, 사생활 존중, 공정성, 개인정보 보호, 포용성, 책임성’이다.

진정성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갖기를 말한다. 온라인에서도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온라인 행동의 예의는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온라인에서의 행동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

자율성은 건강한 온라인 활동 유지를 의미한다. 우리는 건전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건강한 대화와 활동에 참여하여 긍정적인 온라인 환경을 유지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호혜성은 온라인 소통의 윤리에 대한 것으로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공유하고, 적절한 언어와 행동으로 온라인에서의 소통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사생활 존중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공손하고 친절한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를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괴롭힘을 당했을 때 적절한 대응 방법을 알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공정성은 믿을만한 소스에서 얻은 정보를 공유하고, 가짜 뉴스나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지 않는 것으로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에서의 다양한 폭력과 괴롭힘의 형태를 이해하고, 그것들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호하며,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거나 공유하지 않는 것이다. 개인은 스스로 보안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개인정보 보호 및 악성 소프트웨어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고 안전한 결제 시스템 사용을 위한 사이트 신뢰성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포용성은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타인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익명의 상황에서는 오프라인보다 쉽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의견 차이가 쉽게 발생할 수 있어 포용성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

책임성은 성적인 언어나 폭력적인 내용을 피하고, 건강하고 건전한 대화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적절한 행동 방식과 안전한 사용 방법에 대해 학습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발자, 제공자, 이용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존중과 예의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적 상호 작용은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및 윤리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모욕적이거나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용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은 단순한 철학적 명제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상호의존과 협력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우리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앞서 살펴본 청소년을 위한 디지털 행동 윤리는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기본 덕목이며, 디지털 시대에 함께 적응하고 살기 위한 모두의 약속이 아닐까.

■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1958년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사회학과 학사를 거쳐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소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을 연임한데 이어 ICT 폴리텍대학 학장과 행안부 산하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원장도 역임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강릉영동대학교 부총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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