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구 60% 날린 흑사병…한국 저출산, 더 파국인 까닭

2024-07-17

글로벌 머니: 인구위기

새로운 사회계약

한국은 경제위기보다 심각한 인구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로스 다우탯은 2023년 12월에 쓴 글에서 한국의 인구가 낮은 출산율 때문에 14세기 흑사병 이후 유럽보다 적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6~2023년 사이에 어림잡아 300조원 정도를 쏟아부었지만, 소멸 위기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쯤 되면 출산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한 기술적인 대책은 소용없다고 봐야 한다.

대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인구위기를 단순 경제 차원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머니가 해외 전문가 7인을 릴레이 인터뷰한 이유다.

① 과거와 현재 인구위기

② 인구 대반전과 부채, 물가, 불평등

③ 인구위기는 종말이 아니라 도전과제

④ 생태계와 인구위기

⑤ 여성과 인구 문제

⑥ 인구, 노동 그리고 AI

⑦ 아프리카에서 본 인구 문제

데이비드 트로얀스키 미국 뉴욕시립대(CUNY) 교수는 역사학자다. 학교 홈페이지에 그의 연구 분야가 ‘근대 초기 유럽’이라고 돼 있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근대주의 탓인가.

트로얀스키 교수는 역사 속 고령화(aging)라는 아주 세부적인 분야의 전문가다. 인구위기뿐 아니라 노인이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등을 깊이 들여다본다. 그 결과가 2015년 쓴 『세계 역사 속 고령화(Aging in World History)』란 책이다.

초고속 고령화

요즘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다. 역사 속에 이런 사례가 있었을까 싶다.

현재 진행 중인 고령화를 논의할 때 먼저 살펴봐야 할 특징이 있다. 바로 ‘고령화 속도’다. 과거에도 고령화 사례가 있었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진행된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 등 대부분의 경우 20세기 중반 또는 후반에 고령화가 시작됐다. 한 세대(30년)만 아주 빠르게 진행된 고령화다.

고령화 방아쇠는 무엇인가.

근대 이전에 죽음은 전체 세대가 직면한 과제였다. 영아 사망률뿐 아니라 청년기 사망률, 노년기 사망률 모두 높았다. 거의 모든 세대가 죽음이란 리스크를 안고 살았던 셈이다. 그런데 요즘 죽음은 거의 노년, 특히 70대 후반 이후 노인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인가.

산업화가 낳은 경제발전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는 말이 아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위생과 영양이 좋아지는 등 삶의 질이 개선됐다. 그 결과 영아 사망률이 낮아졌다. 동시에 출산율도 낮아졌다. 자녀 한 명에 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이 많아졌다. 이는 다시 영아 또는 청소년 사망률을 낮췄다. 그 바람에 최근 30여 년 새에 한국의 기대 여명이 50살 정도에서 70살 정도로 빠르게 늘었다.

현재 고령화를 인구위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역사가가 보기에 ‘인구위기’란 개념이 맞는 말인가.

현재 고령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전 지구적이다. 고대나 중세에 발생한 고령화는 전쟁이나 역병 등으로 젊은 남자가 급감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고령화를 인구위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면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고령화는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 인구위기는 아주 적절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흑사병 vs 인구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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