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통령 선거에서 에너지 정책은 늘 주요 화두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명제 앞에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원 활용을 놓고 출마자들은 자신만의 철학을 내세우며 이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21대 대선을 앞두고서도 후보자들의 에너지 정책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윤석열정부의 '탈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 이념 대립이 극심해진 가운데 후보자의 방향 따라 향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인공지능(AI) 저변 확대를 위한 전력 확보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탈(脫)석탄' 공통분모...탈원전은 이 후보도 거리두기
현재 에너지 관련 공약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출마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현장 발표, SNS를 통해 연일 메시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 후보는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 '탈(脫)석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4년 기준, 세계 에너지부문 투자액은 4360조원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을 합한 것보다 크다”면서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산업을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탄 비중을 최소화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비중도 줄여가되, 재생에너지 비율을 신속히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쇄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2050년 탈석탄을 천명한 문재인정부보다 목표 시점을 10년 앞당긴 공격적 목표다.
이 후보는 석탄의 빈자리를 재생에너지, 원전 등으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이를 전국으로 나를 전력 네트워크 확충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기가와트(GW)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을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고, 전국 RE100 산단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탈원전 정책은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 AI 활성화를 위한 전력난 등을 감안해 원전의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 민주당이 의도한 것은 완전한 탈원전이 아니라 감원전이었다”면서 “필요한 전력과 부지 선정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원전 수준을 이어 가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진영은 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계승·강화하고 있다.
홍준표 경선후보는 원전 확대 정책을 표방하며 소형모듈원전(SMR)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의 캠프는 25일 정부의 2035년 SMR 상용화 목표를 3년 이상 앞당겨 세계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AI 전력 공급을 위한 SMR 4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동훈 후보 또한 에너지 정책의 주안점을 원전을 두고 있다. 그는 정책 비전 발표를 통해 “안전하고 저렴한 전력원인 원전을 새로 건설하고, 기존 원전은 계속 운전해야 한다”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구축하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 생태계와 기술 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송·배전망 구축 등 에너지 인프라에 2038년까지 최소 10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 위해 전력산업 기반 기금을 활용하고 불확실한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도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의 핵심 대응 수단으로 원전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탈석탄과 원전을 활용한 안정적 전력 공급 필요성을 에너지 정책의 주요 뼈대로 내세웠다.
◇ 에너지 전담 부처 논의도 촉각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에너지 관련 정부조직개편이다.
가장 큰 변화를 준비하는 쪽은 이 후보다. 그는 지난 대선에 이어 지난해부터 다시 기후에너지부 신설 의지를 표명했다. 기후와 에너지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철학이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산업부와 통상부, 기후에너지부로 분리하고, 기후에너지부는 환경부 일부와 통합 후 신설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에너지 관련 부처 개편에 반대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그는 환경부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산업부 2차관 아래 차관보급 원자력발전 책임자를 임명하는 등의 변화로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는 “영국 등에서 기후에너지부처를 신설한 바 있고 이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에너지와 통상 연관성이 주목받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이번 대선에서 에너지 거버넌스는 뜨거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