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AI(인공지능) 벤처기업인 딥시크(deepseek, 선두추숴, 深度求索)가 글로벌 AI 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면서 중국의 이공계 인재들이 재차 조명받고 있다. 또한 중국 내 이공계 우대 사회풍조 역시 관심을 끈다.
중국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의대나 법대가 아닌 이공계에 진학한다. 이 같은 추세는 1978년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과거 1949년 신중국 탄생 이후 1976년까지 마오쩌둥(毛澤東) 집권기에는 공산주의를 공부하는 철학과나 선전 방식을 연구하는 데 강점이 있는 중문과(국문과)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었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집권과 동시에 이러한 풍조는 일대 변화를 겪게 된다. 덩샤오핑은 집권하자마자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으며, 과학 기술 발전과 교육 혁신을 국가 대계로 삼았다.
이공계를 중심으로 대학을 활성화시켰으며, 공부 잘하는 이공계 학생들을 대거 선발해 서방 세계로 국비 유학을 보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정착해 안락한 삶을 영위했고, 중국 현지 학생들은 유학생들을 동경하면서 이공계에 진학했다.
이와 함께 덩샤오핑은 기술 관료들을 대거 등용하며 국가 지도자로 육성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이공계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공계 출신 지도자들은 자연스레 중국의 과학 기술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이공계에 대한 지원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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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부분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공계 출신이다. 덩샤오핑 이후 지도자로서 1989년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장쩌민(江泽民) 전 주석은 상하이교통대학 전자기계공학과 출신이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총리를 역임했던 리펑(李鹏) 전 총리는 모스크바대학 수력발전학과를 나왔다. 리펑에 이어 총리에 올라 2003년 퇴임한 주룽지(朱镕基)는 칭화(清华)대학 전자기계공학과 출신이다.
장쩌민에 이어 국가 주석에 오른 후진타오(胡锦涛) 전 주석은 칭화(清华)대학 수리공정(수력발전)학과를 나왔다. 후진타오 주석이 집정하던 10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했던 원자바오(温家宝) 전 총리는 베이징지질대 지질학과를 나왔다.
후진타오에 이어 지도자에 오른 시진핑(习近平) 국가 주석은 칭화대학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총리를 지냈던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는 베이징대학 법학과를 나왔다. 2023년 총리에 오른 리창(李强) 총리는 저장(浙江)농업대학 기계학과 출신이다.
덩샤오핑 이후 국가 주석과 총리를 지낸 8명의 지도자 중 리커창 전 총리를 제외한 7명이 이공계 출신인 것이다. 중국의 정치는 이공계 출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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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중국 지도부에도 이공계 출신이 즐비하다. 시진핑 주석과 리창 총리를 비롯해 중국공산당 서열 6위의 딩쉐샹(丁薛祥) 국무원 상무부총리가 동북중장비학원 기계과 출신의 이공계 출신 인사다. 특히 딩쉐샹 상무부총리는 상하이재료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소재공학 전문가다. 현재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3명이 공대 출신인 셈이다.
딩쉐샹 상무부총리를 제외한 3인의 국무원 부총리 중에서는 금융통화를 관장하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가 샤먼(廈門)대 경제학과 출신이며, 나머지 2명인 장궈칭(張國清), 류궈중(劉國中) 부총리는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특히 중국의 이공계 우대 사회풍조는 2018년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가 시작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국가 전체가 기술 혁신에 힘을 쏟아붓고 있다"며 "중국에 딥시크가 출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