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매체는 4일 비상계엄 관련 아무 소식을 싣지 않았다.
북한은 외부세계 정치 이슈 관련 시차를 두고 반응을 보이곤 하나 남측 지도자의 탄핵 관련 소식은 이례적으로 비교적 빠르게 보도한 편이다. 2004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기각됐을 때 이틀 만에 반응했고,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헌법재판소가 인용했을 땐 2시간 20분만에 보도가 나왔다. 당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은 “박근혜의 탄핵을 요구하는 남조선 인민들의 대중적 투쟁이 줄기차게 벌어진 가운데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을 선고하였다”라면서 “이로써 박근혜는 임기 1년을 남겨두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으며 앞으로 일반 범죄자로서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된다고 한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극도의 정치적 혼란상은 언제, 어떻게 보도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와 달리 올해부터 북한이 남북관계를 ‘두 국가’로 선언하고 단절책을 쓰고 있어서다. 지난 10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에 대해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서고 싶지도 않다”,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 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고 한 바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과거 신문 6면을 소위 ‘대남면’으로 활용, 남한 관련 부정적 소식으로 채웠다. 하지만 최근 1∼2년 새 서서히 보도량을 줄이고 국제 관련 기사로 해당면을 채웠다. 남측 소식을 게재하는 요일이나 빈도도 비정기적이 됐다.
현재 국내일간지의 국제면처럼 활용되는 노동신문 6면에는 남한 관련 기사가 1개 정도만 비정기적으로 실린다. 이날 노동신문 6면에도 10개 기사 중 남한 관련 기사는 ‘괴뢰한국단체들 윤석열퇴진과 파쇼악법폐지를 요구’란 제목의 4문장짜리 짧은 기사다. 근래 실리는 남한 관련 기사는 대부분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와 시국선언 보도다. 남한 민중은 악한 지도자로 인해서 고통을 받고 있으므로 남한 사회가 북한 사회보다 더 낫지 않으며, 남한 사회는 고통스럽고 북한사회는 사회주의 유토피아라는 식으로 북한 주민들을 교육하려는 목적이다. 또 체제우월성을 강조하는 체제경쟁 관성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당장 어떤 보도를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회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도 북한 당국은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거봐라 남쪽 자본주의는 다 망했고 우리가 맞았다’고 교육해놨는데 한국은 발전했고, 1979년 10·26 사태 직후에도 북한 당국은 남쪽이 망한다고 생각하는데 언론보도 통제로 인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지 못해 답답하니 동향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대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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