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결투

2025-03-07

안톤 체호프(1880- 1904)가 남긴 800여 편의 중 단편 소설 중 가장 긴 작품이다. <결투>는 소설의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의 자아가 변모하는 이야기로, 무엇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작품이지만, 줄거리나 핵심 주제와 달리 주목할 점이 있다. 안톤 체호프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여성의 역할, 여성에 대한 묘사는 아주 흥미롭다. 그의 여성관을 따로 연구할 정도로. 백 년 전에 쓰인 이 소설에서 여성의 성적 욕망, 여성의 몸과 가정에서의 역할, 성적 자기 결정권 등의 주제와 관련된 생각을 하게 하는 대사가 많은 건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다. 3월 8일이 여성의 날이다. 지금 읽고 있는 고전이 있다면 그 책에서 여성은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 찾아보며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결투>에서 작가는 두 중심인물인 라에프스키와 사모이렌코에 대해 한 사람은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악의 자리에, 한 사람은 공동체에 이로운 사람이라는 극단의 자리에 세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극단적으로 공동체에 해로운-해롭다고 생각하는-사람을 대하는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 행동을 볼 수 있다. 물론 행실이 나쁘거나, 게으르고, 천박하다는 평판을 듣는 여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도.

결투의 당사자는 라에프스키와 사모이렌코의 친구인 동물학자 폰 코렌이다. 폰 코렌은 평소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라에프스키를 죽여서라도 없애야 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모이렌코는 라에크스키에게 많은 단점이 있지만, 문과 출신이며, 철학적이고 비유가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그를 마음에 들어 하며,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투의 발단은 사모이렌코였다. 라에프스키가 동거녀와 결혼하지 않고, 몰래 도망을 가는 데 필요한 돈을 꾸러 사모이렌코에게 갔다가 폰코렌과 마주친다. 그에게서 경멸과 혐오의 말을 들으면서 폭발하고, 세 사람 간의 말싸움이 시작된다.

말싸움 끝에 폰 코렌과 라에프스키는 결투하자고 합의한다. 그런데, 격정이 조금 가라앉은 뒤, 생각해 보니, 폰 코렌은 명사수였고, 라에프스키는 총을 쏘아본 적도 없었다. 만약 결투를 한다면 승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죽을 날을 받은 것이다.

죽음을 앞둔 어느 날, 라에프스키는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현장을 보게 된다. 자신이 예전에 남편이 있던 여자에게 했던 일을 하는 또 다른 남자들의 모습을 보며, 각성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결투 입회인들은 “모욕과 결투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고, 무엇 하나 공통점이 없다”라고 하면서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폰 코렌은 결투를 멈출 생각이 없다. 두 사람의 운명이 어찌 될지 궁금해서 결말을 먼저 보고 말았다. 그 긴장감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있었다.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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