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수필가

요즈음 서울에선 예식장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먼저 장소를 정해야 다음 일이 진행된단다. 일간지에 화촉을 알리는 청첩 광고를 볼 때마다 내 집 혼사처럼 반갑다. 가정을 꾸리는 게 버거운 일이지만, 부디 많은 선남선녀가 결혼해 아이도 낳아 기르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으랴. 아이는 가정을 이루는 완성체가 아닌가.
집안 결혼식 참석차 서울에 다녀왔다. 모처럼 일가친척들이 거의 모였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회포를 푸느라, 서로 반가움에 얼싸안고 식장이 왁자하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함께 모일 기회가 쉽지 않아 잔치 분위기가 더 고조됐다.
본 예식 후 폐백으로 이어지던 순서가 생략됐다. 식에 이은 중요한 일부였던 폐백이 최근에는 거의 하지 않는 추세다. 혼사를 치르려면 신경 쓸 일이 많다. 복잡한 폐백은 혼주나 신랑 신부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지만, 단 한 번 결혼식에서나 입어 볼 수 있는 전통 혼례복이다. 오랫동안 내려온 아름다운 우리만의 전통 의식이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된다.
폐백은 신부 측에서 준비한 폐백 주를 따라 올리며, 시부모님과 시댁 식구들에게 가족이 됐음을 알리는 첫인사다. 신랑 신부가 큰절로 예를 올리면 시부모님은 신부가 두 손을 가렸던 흰 명주 절 수건에, 밤과 대추를 듬뿍 던져주며 자손을 많이 두라는 덕담은 폐백의 꽃이다. 첫날밤 밤과 대추를 꼭 먹어야 한다며 신혼여행 가방 속에 넣어주었다. 절값을 두둑하게 주며 신혼부부의 앞날을 응원했던 가슴 설레던 일이다.
양가에서 주고받던 이바지 음식도 마찬가지다. 이바지 음식은 그 집안 안사돈의 안목과 살림을 가늠한다고 여겼다. 정중하게 격식을 갖춰 양가를 오가던 혼례 뒤의 예물로, 예식을 치르느라 고생했다는 뜻의 인사다. 평소 쉽게 먹을 수 없었던 진귀한 음식이라 집안 친척이 모여 결혼식 뒤풀이를 열었다. 지금은 먹을 것이 풍족한 시절이다. 준비 절차도 복잡하고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도 있다.
예식 후 기념사진을 찍는 순서다. 한복을 입은 사람은 혼주인 양가 어머니뿐이다. 한복은 평소 입을 기회가 별로 없다. 이참에 아버지도 양복보다 예복으로 한복을 입고 하객을 맞으면 얼마나 좋을까. 남자 혼주는 양복 여자 혼주는 한복,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아름다운 한복으로 조화를 이룬다면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식이 더 특별할 것 같다.
간소화로 생략된 옛것에 대한 향수가 혼사에 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예전부터 각 지방 특유의 전통이나 토속적인 풍습이 내려왔다. 곧 그 나라의 문화가 됐고 민족의 얼이 담겨 있다. 함께 공유하며 일체감으로 단결할 수 있는 끈이기도 하다. 보존 가치가 높은 것, 점점 그 길을 지키며 걸어왔던 사람과 함께 소멸해 간다.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잊히는 것도 빠르다. 다시 소환할 수 없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은 깊어질 것 같다.
전통은 아름답고 귀한 우리의 정신적인 자산이다. 그러나 앞장서 지키고 보존해야 할 젊은이가 없다. 가장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로 무엇을 후대에 물려줄지. 깊이 생각할 일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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