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35·한화)은 지난해 처음 주장을 맡았다. 한화로 이적한 지 한 시즌 만이다. ‘고액 FA’라서가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인 행동들로 코치진과 선수단의 신뢰를 얻었다. 노시환 등 젊은 야수들은 ‘솔선수범형’ 리더 채은성과 함께 운동하며 자신만의 루틴을 정립했다.
채은성은 2024시즌 124경기 타율 0.271, 20홈런, 83타점, OPS 0.814의 성적을 거뒀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후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년은 아쉬운 시간으로 남았다. 채은성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통화하며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이적 첫해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23개의 홈런을 터트렸지만, 데뷔 후 가장 많은 102개의 삼진을 당했다. 2024년은 ‘후반기 몰아치기’로 개인 성적을 복구했지만, 전반기 부진이 뼈아팠다.
하지만 채은성 이적 후 한화는 더디지만 조금씩 전진했다. 2023시즌엔 탈꼴찌에 성공했고, 지난해엔 한 계단 더 오른 8위로 시즌을 마쳤다. 목표보다 한참 모자랐지만, 최소한 뒷걸음질 치진 않았다. 채은성은 “(노시환, 문동주, 김서현 등)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좋아져 팀이 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4시즌 주장 완장의 무게감을 느꼈다. 선수단의 얼굴인 주장은 자신의 감정과는 다른 표정도 지을 줄 알아야 한다. 채은성은 4월 16경기에서 타율 0.188에 그쳤고, 전반기 내내 타격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그는 “야구가 잘 안 돼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더그아웃에서 더 열심히 박수도 치고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다”고 전했다.
채은성의 모범적인 자세를 눈여겨본 김경문 한화 감독은 올해도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이제 ‘경력 주장’이 된 채은성은 “한 번 해보니 힘든 역할이라는 걸 알았다”면서도 “그만큼 믿어주신 것이기 때문에 올해도 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개인 기록에 관한 목표는 따로 세우지 않는다. 대신 팀 목표는 분명하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마무리 캠프까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지금도 국내외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며 “올해는 3위로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속이 빈 목표’는 아니다. 류현진, 채은성, 안치홍 등 한화 고참 선수들은 지난해 5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시즌 전 약속대로 겨울바다에 입수했다. 이때 바다에 뛰어든 베테랑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며 의기투합했다. 채은성은 5위 안에 들겠다는 자칫 애매한 약속보다 3위라는 확실한 순위를 제시했다.
한화는 ‘신구장 시대’를 여는 2025시즌 7년 만의 가을야구에 도전한다. FA 시장에서 선발 엄상백(4년 78억원)과 유격수 심우준(4년 50억원)을 영입하며 전력도 보강했다. 한화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는 채은성의 역할도 중요하다. 채은성이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따라 타선의 무게감도 달라진다.
채은성은 “팀이 가을야구를 하려면 나도 더 잘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지난해엔 중요한 시점(4월)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올해는 기복 없이 전반기부터 끝까지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부임 이후 선수들에게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채은성, 안치홍 등 베테랑들도 열외 없이 마무리 캠프에 참가한 이유다. 채은성은 “올해는 선수들이 더 하나로 똘똘 뭉쳐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주장 역할도 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