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공항 구조적 문제 맞물린 인재"…세월호 '해운비리' 수사한 前검사장의 탄식

2025-01-02

송인택 “인재 가능성…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항공사와 공항의 구조적 문제가 맞물린 인재(人災) 같습니다.”

304명이 숨진 세월호 참사 때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을 이끈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179명의 사망자를 낸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두고 한 말이다.

법무법인 ‘무영’ 대표변호사인 송 전 검사장은 2014년 인천지검 1차장검사 시절 세월호 참사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해운업계 구조적 비리를 파헤쳐 한국해운조합 이사장과 해양수산부 공무원 등 43명을 기소했다. 당시 그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선박사고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해운조합에 선박 안전 점검을 맡겼던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고 원인 따라 책임 주체 달라져”

송 전 검사장은 이번 무안 참사도 기본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외에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사고가 난 장소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인 공중교통수단(여객기)과 공중이용시설(공항)이어서다. 송 전 검사장은 2022년 6월 동료 변호사 4명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해설과 대응』을 출간했다.

그는 “우선 사실관계부터 조사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일반 시민이 죽었으니 중대시민재해이고, 사망자 중 항공사 직원(기장·승무원)이 있으니 중대산업재해”라고 했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랜딩 기어(착륙 장치) 미작동 등 기계 결함 ▶둔덕형 콘크리트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설치 ▶정비 불량 ▶관제탑 부실 대응 등이 거론된다.

중대재해법에선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경영 총괄 권한과 책임을 진 사람,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 담당자, 중앙행정기관장·자치단체장·공공기관장)를 책임 주체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 참사 관련해선 제주항공을 비롯해 무안공항을 관리·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관제 업무와 공항 안전 점검을 담당하는 부산지방항공청 등이 수사 대상이다. 다만 송 전 검사장은 사고 원인이 뭐냐에 따라 책임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항국공항公 사장 공석…안전 평가 ‘아주 미흡’

송 전 검사장은 “버드 스트라이크 자체는 인재는 아니지만, 충분히 예견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변수를 제대로 점검·대비하지 않았다면 한국공항공사 사장이나 부산지방항공청장의 잘못으로 볼 수 있다”며 “반면 조종사 과실이나 정비 불량 등으로 사고가 났다면 항공사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5년간 조류 충돌 발생 건수가 총 10건에 달한다. 이 기간 발생률(0.09%)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14개 공항 중 제일 높다. 그러나 조류 퇴치 인력은 4명으로 김포공항(23명), 제주공항(20명), 김해공항(16명)보다 적다. 조류 탐지 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는 아예 없다.

“철새 바글거리는데 국제공항이 웬 말”

과거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근무한 적 있다는 송 전 검사장은 “무안공항이 국제공항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며 “겨울엔 하늘을 새까맣게 덮을 정도로 철새가 바글거리는데 왜 거기에 국제공항을 만드나. 새를 쫓아낼 재간이 없으면 공항을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공항 인근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113.34㎢)은 대표적인 겨울 철새 도래지다.

송 전 검사장은 “만약 입지 선정 등 공항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직자가 돈을 받았거나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 장치·인력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였으면 뇌물·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를 처벌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가 제일 중요하다”며 “애초 철새 도래지에 공항을 짓자고 한 지역구 의원과 단체장 등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고, 이참에 정치인이 공항 건설·운영에 개입할 소지를 잘라야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