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 적자 축소 및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 원하는 美 입장 감안한 조치
"인도, 이르면 다음 달 중 미국과 무역 합의 도달하기 기대"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가 21조원 규모의 미국산 원유를 추가 구매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진행 중인 데 더해 미국으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상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인도가 150억 달러(약 21조 2760억원) 상당의 미국산 원유를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속도를 높여 합의에 도달하겠다는 인도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라제시 아그라왈 인도 인도 상무부 차관 겸 수석 협상관에 따르면, 인도의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미국산 원유 수입액은 120억~130억 달러로 나타났다.
아그라왈 차관은 "현재의 정유소 생산능력을 봤을 때 140억~150억 달러(어치의 원유)가 더 투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 역시 소식통을 인용, 인도가 미국산 에너지 및 가스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무역 적자 축소를 원하며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문제 삼는 미국 측 입장을 감안한 결정으로 여겨졌다.
블룸버그는 "13일 미국을 방문한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측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달 중 합의에 도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협상 전략에는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인도 시장 접근성 개선, 무역 장벽 완화를 통한 대미 무역 흑자 축소가 포함된다며, 인도는 대미 무역 흑자 축소를 위해 미국산 무기와 원유 등 약 400억 달러 규모의 품목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인도와 미국은 오는 2030년까지 양국 간 무역 규모를 현재의 두 배인 5000억 달러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올해 2월 무역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양국은 5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지만 인도의 유제품 및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대러 압박의 일환으로 인도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 관계는 긴장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무역 합의 타결에 대한 양국의 의지 속에 한 달여간 중단됐던 협상이 재개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더 이상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인도가 (러시아의) 석유를 사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그(모디 총리)는 오늘 러시아에서 석유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나에게 확언했다"며 "이제 나는 중국도 같은 일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