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 약속대로 살테니 박격포·무인기를…” 폴란드 의도는 뭘까 [박수찬의 軍]

2024-06-30

한국은 과거 막대한 예산을 들여 미국과 유럽에서 첨단 무기를 구매하면, 외국 계약자에게 기술이전 또는 부품 역수출 등의 반대급부를 받았다.

이를 통해 K방산 발전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얻었다. T-50 훈련기를 비롯한 국산 무기 중 일부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하지만 K방산이 세계 곳곳에서 수출 실적을 올리면서 구매국 또는 잠재적 고객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반대급부를 요청받는 사례가 눈에 띤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을 대량 구매하고 있는 폴란드도 마찬가지다. 폴란드는 한국의 자국산 무기 구매와 관련해 공식·비공식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다.

폴란드 요구사항이 반영된 K2PL 전차 도입에 대해서도 수리 능력 확보 등을 거론하는 모양새다. 자국 방위산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을 차근차근 놓고 있는 셈이다.

◆자주박격포·무인장비 등 거론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20일(현지시간) 폴란드를 방문해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과 제2차 한·폴란드 국방·방산협력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두 장관은 21일 폴란드 군사 싱크탱크 푸와스키 재단과 한국 방산업체 현대로템이 공동 개최한 한국-폴란드 전략대화에도 참석했다.

이와 관련한 폴란드 정부 자료에 따르면, 폴란드는 한국군에 쓰일 만한 자국산 장비들을 거론했다.

라크(RAK) 자주박격포, 보르수크(BORSUK) 보병 전투 차량, 패시브 레이더, 바오밥(BAOBAB)-K 지뢰살포차량, 플라이아이(FlyEye) 무인기와 글라디우스(Gladius) 무인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4월 방한했던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차관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언급을 했다.

그는 30㎜ 기관포 등을 탑재한 ZSSW-30 포탑과 피오른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등을 한국에 소개했다면서 “한국이 이러한 시스템을 획득하는 것 외에도 한국에서 제조된 군사 장비와 통합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제안한 장비 중 라크 자주박격포는 폴란드 방산업체 후타 스타로바 볼라(HSW)에서 개발해 2017년부터 생산된 무기다.

차체는 폴란드산 로소마크(ROSOMAK) 차륜형장갑차나 독일산 마더 궤도형 보병전투차 등을 사용할 수 있다. 8~12㎞ 떨어진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마지막 포탄을 발사한 뒤 15초 이내에 이동이 가능하다.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와 3개 중대 분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를 통해 박격포 24대와 12대의 사격통제차량이 우크라이나에 인도됐으며, 일부는 실전에 투입됐다.

라크를 실제로 쓴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능은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사격 위치 설정 등에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르수크는 옛소련 BMP-1을 대체하고자 HSW가 개발한 보병전투차다. 포탑은 폴란드가 만든 30㎜ 기관포 탑재 ZSSW-30 포탑을 쓴다. 포탑에는 7.62㎜ 기관총 1정과 이스라엘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도 탑재한다.

바오밥-K는 지뢰를 자동으로 대량 살포하는 장비다. 승무원 2명이 최대 600개의 지뢰를 살포한다. 이를 통해 길이 1800m, 폭 180m에 달하는 지뢰지대를 만든다. 살포 후 30분 이내에 재장전을 마칠 수 있다.

플라이아이는 군부대와 특수작전부대에 공중정찰 능력을 제공하고자 폴란드 WB 일렉트로닉스가 만든 소형 무인기다.

포병 작전을 위한 좌표 확인, 식별, 표적 획득 등의 군사적 용도 외에도 자연재해와 산불 모니터링, 국경 감시 기능도 가능하다.

완전 자율 이착륙 기능을 갖추고 있고, 2명만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투척 방식으로 이륙하고 낙하산으로 회수한다. 비행경로는 운영자가 사전에 설정하며 비행 중 수정이 가능하다.

시속 50~170㎞로 최대 3시간 비행하며 위성항법체계(GPS) 신호가 방해를 받아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글라디우스는 지휘 차량과 이동식 발사 차량, FT-5 무인정찰기, BSP-U 무인타격기, 사격통제·전투관리 시스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오른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은 2006년부터 생산된 무기로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우크라이나군에 넘겨졌다. 러시아산 이글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과 유사한 무기로서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해 일부 국가에 수출됐다.

폴란드가 만든 무기 중에선 자주박격포처럼 한국 방위산업계에서 이미 개발·제작하는 장비가 적지 않다.

하지만 무인기를 비롯한 일부 장비나 기술은 검토해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론작전사령부를 설치한 한국군은 다양한 종류의 무인기가 필요하다.

국내 개발도 좋은 방법이지만 북한이 무인기로 도발할 위험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우방국의 기술이나 완제품을 받아들여 드론작전사령부의 전력을 최대한 신속하게 강화하는 것도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유럽 K방산 정비 허브 꿈꾸나

신 장관의 폴란드 방문에 대해 폴란드 정부가 강조했던 또다른 사안은 K2 전차 추가조달과 폴란드 국내 생산 문제였다.

폴란드 국방부는 20일(현지시간) 제2차 한·폴란드 국방·방산협력 공동위원회 직후 “폴란드 무기 공장이 폴란드에서 K2 전차 생산을 준비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가능한 빨리 모든 기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 측은 9월 열릴 국제 방위 산업 전시회(MSPO)에서 지난 2022년 맺은 K2 전차 기본계약에 따른 추가적인 실행계약(180대)을 체결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남은 기간 금융지원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MSPO까지 양국이 적극 노력해서 금융을 확보하는 등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늦어도 연내에는 계약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폴란드가 추가로 계약할 전차는 K2PL이 될 전망이다. K2 전차에 폴란드의 요구사항이 반영될 형태다.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저지할 능동파괴장치(APS) 등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APS는 이스라엘 라파엘의 트로피 APS를 일부 변형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폴란드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K2PL이 자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구성품 및 시스템 제조공정과 최종조립 공정을 자국에 둔다는 방침이다. 수리 및 유지보수 능력도 갖출 계획이다.

이는 자국 방위산업의 참여 비중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에서 도입하는 K9PL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에도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폴란드 정부는 자국 방위산업계의 기술 발전을 촉진하면서 폴란드군의 후속군수지원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폴란드는 정비를 위해 한국까지 무기를 보내는 것이 어렵다. 한국에 수리를 보낸 장비는 오랜 시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정비 기능과 유지보수 능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폴란드군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방산업계에도 일감을 확보해줄 수 있다.

이는 산업적 측면에서 폴란드가 K방산 장비의 동유럽 정비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기술은 먼저 이전받는 선점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최근 폴란드와 인접한 루마니아는 K9 자주포 도입을 결정했다. K9은 폴란드도 구매해서 운용중인 장비다.

루마니아처럼 폴란드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이 K2, K9을 구매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미 한국 업체들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폴란드 업체들이 나중에 창정비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폴란드로서는 한국산 무기를 통해 동유럽 조병창 역할을 하면서 자국 방산업계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일감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폴란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한국에서 무기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K방산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폴란드 수출은 긍정적이지만, 폴란드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된다면 한국 업체가 얻을 이익이나 생산 비중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력을 발휘해서 한국 방산업계의 이익을 지키고, 폴란드가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엔 적절한 방식으로 저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폴란드와의 계약과 협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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