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맛볼 수 있는 가을의 한 입, 무화과 휘낭시에 [쿠킹]

2025-09-12

디저트는 단순한 먹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특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은 때로는 휴식을, 때로는 위로를 건네죠. 휴식과 위로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쿠킹에서는 안미연 무무 인 서울 오너 파티시에의 디저트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디저트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부터 감각적인 레시피까지,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달콤한 순간을 함께하세요.

⑨ 무화과 휘낭시에(Fig Financier)

아직은 한낮 더위가 남아 있지만, 마트에는 벌써 가을의 기운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무화과가 등장했기 때문이죠. 무화과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디저트로 활용하면 또 다른 매력이 살아납니다. 특히 와인에 졸인 무화과를 올린 휘낭시에는 이른 가을을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휘낭시에 반죽에 달콤한 무화과와 크림치즈가 어우러져, 한 입만 베어 물어도 가을의 풍요로움이 느껴지죠. 여기에 럼과 레드와인에 절여 구운 무화과까지 더하면, 한층 더 깊고 고혹적인 풍미를 선사합니다.

‘휘낭시에(financier)’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금융가, 재정가’를 뜻합니다. 19세기 후반, 파리 증권거래소 인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라슨(Lasne)이 바쁜 금융가들을 위해 고안한 것이 시작이었죠. 부스러기가 적고, 정장 주머니에 넣어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아 인기를 끌었으며, 금괴 모양의 틀에 구워 황금빛을 띠는 모습은 돈과 행운을 상징했습니다. 이 독특한 유래 덕분에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디저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무화과는 한자 그대로 ‘꽃이 없는 열매’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열매 속에 꽃이 숨어 있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식물학적으로는 은화과(隱花果)라 불리며, 붉은 과육은 수천 개의 작은 꽃들이 맺힌 꽃받침이 부풀어 오른 것입니다. 또한, 무화과는 특정 곤충인 무화과말벌과의 공생 없이는 열매를 맺을 수 없는, 자연의 놀라운 생태계 균형을 보여줍니다.

역사 또한 깊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인류 최초로 재배된 과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그리스의 올림픽 선수와 로마 검투사들의 스태미나 음식으로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경에는 아담과 이브가 무화가 잎으로 몸을 가렸다는 이야기가 등장할 만큼 오래된 과일이며,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과일로도 유명합니다.

영양학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피신(Ficin)과 풍부한 식이섬유는 소화와 장 건강에 도움을 주며, 칼륨과 칼슘은 혈압 조절과 뼈 건강에 이롭습니다. 중국에서는 불로장수의 과일로 불리며, 한방에서도 체열을 내리고 진액을 보충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무화과 휘낭시에 레시피는 사각틀이나 오벌틀 어느 쪽이든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무화과와 고소한 아몬드, 깊은 향의 브라운 버터가 어우러져 계절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집니다. 올가을,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무화과 휘낭시에로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겨보세요.

Today`s Recipe 무무의 무화과 휘낭시에

“휘낭시에 반죽에 크림치즈를 더하고, 와인에 졸인 무화과를 올려 구우면 촉촉한 반죽과 쫀득한 무화과, 부드러운 크림치즈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무화과 대신 크림치즈만 넣거나 코코넛가루를 더해 색다르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재료(12개 분량)

도구: 사각 또는 오벌 휘낭시에 틀, 냄비, 핸드믹서

무화과 와인 졸임: 반건조 무화과 300g, 황설탕 50g, 레드와인 300g, 다크럼 5ml, 시나몬 스틱 또는 바닐라빈(선택)

휘낭시에 반죽: 달걀흰자 104g, 설탕 106g, 크림치즈(끼리&고르곤졸라) 50g, 박력분 30g, 아몬드가루 49g, 콘스타치 8g, 소금 0.5g, 고메버터 90g(계량 108g), 와인에 졸인 무화과

만드는 법

1. 무화과 와인 졸임

① 반건조 무화과의 꼭지를 제거한다.

② 냄비에 무화과, 황설탕, 레드와인을 넣고 중약불에서 졸인다.

③ 무화과가 부드러워지고 농도가 걸쭉해지면 불을 끄고, 다크럼과 시나몬 스틱(또는 바닐라빈)을 넣어 섞은 뒤 식힌다.

2. 휘낭시에 반죽

④ 냄비에 버터를 넣고 갈색이 날 때까지 끓여 브라운 버터를 만든 뒤, 50~55℃로 식힌다.

⑤ 볼에 달걀흰자, 설탕, 소금을 넣고 설탕이 녹을 정도만 가볍게 섞는다.

⑥ 다른 볼에 실온의 크림치즈를 넣어 부드럽게 푼다.

⑦ 달걀흰자 혼합물에 크림치즈를 넣고 잘 섞는다.

⑧ 박력분, 아몬드가루, 콘스타치를 체 쳐 넣고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섞는다.

⑨ 식힌 브라운 버터를 두세 번 나눠 넣으며 매끄러운 반죽을 만든다.

⑩ 반죽을 짤주머니에 담아 냉장고에서 1시간 휴지시킨다.

3. 굽기

⑪ 휘낭시에 틀에 반죽을 80% 정도 채운 뒤, 무화과 와인 졸임을 올린다.

⑫ 21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0℃, 약 13분간 굽는다. (오븐 사양에 따라 시간·온도 조절)

⑬ 구운 휘낭시에는 식힘망에서 충분히 식힌다.

안미연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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