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근처에 있는 유명 베이커리를 가끔 들러 빵을 구입한다. 소금빵이 대표 메뉴인 그 베이커리는 갈 때마다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점심시간에 빵을 사려면 보통 1~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키오스크에서 대기 순번을 뽑은 후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박물관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매장 입장 시간이 됐다고 문자메시지가 온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바글거리는 매장에 입장해 줄을 서서 빵을 고르고,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면 그저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교실만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족히 40~50명이다. 한번은 주방 직원을 손꼽아 세어본 적도 있다. 30명 가까운 인원이 밀어닥치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빵을 굽고 나른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고용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아닌가 싶어 고용노동부에서 표창이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고용부가 이 빵집을 운영하는 본사와 계열사 매장 전체에 대한 근로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7월에 베이글을 파는 매장의 20대 직원이 숨졌는데, 과로사 의혹이 제기돼서다. 장시간 근로와 임금체불 등 근로 기준을 제대로 지켰는지 등의 여부는 근로 감독에 의해 밝혀질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른 주먹만한 빵을 5000원 안팎의 비싼 가격에 팔면서 거둔 성공 신화가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쌓아 올린 것이라면 너무 슬프고 화나는 일이다. 베이커리 본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이익 창출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노동친화적인 기업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고되고 힘들어도 이 베이커리는 젊은이들이 꿈을 부풀릴 수 있는 소중한 일터다. 일할 곳이 없어 그냥 쉬고 있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국가데이터처가 5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비경제활동인구 및 비임금근로 부가조사’에 따르면 공부·가사 등의 사정 없이 일자리를 구하는 활동조차 하지 않는 ‘쉬었음’ 계층이 264만 1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 3000명 늘었다. 이 중 15~29세 청년층 34.1%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쉬고 있다고 응답했고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응답도 9.9%나 됐다. 청년층 일자리가 모자라거나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탓이다. 9월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은 4.8%로, 전체 실업률 2.1%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올 들어 청년 실업률이 감소 추세이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이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냥 쉬는 ‘니트족’이 되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프리터’로 사는 것은 안타깝고 속상하다.
청년 실업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정년 연장까지 이뤄질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정부가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생명과 안전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를 맞아 경제·산업 부처와 협력해 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자리 미스매칭을 완화·해소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역량을 집중했으면 싶다.
엊그제 저녁에 찾은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 학생과 잠깐 대화를 나눴다. 대학생인 그는 오후 5시 반부터 오후 11시까지 시급 1만 2000원을 받으며 일한다고 했다. 테이블마다 옮겨 다니며 고기를 구워주고 술을 나르며 떨어진 반찬을 채워주기 위해 왔다갔다 하다 보면 몸이 녹초가 되기 일쑤고, 다음 날 학교 수업 준비는커녕 결석할 때도 많다고 한숨지었다. 학업을 포기할 생각도 있다는 그를 위해 해줄 위로와 격려의 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그저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고만 했다. 그 아르바이트생처럼 흔들리며 위태롭게 걷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스탠퍼드대 학생들에게 한 당부를 전하고 싶다. “제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는 기대치가 낮다는 겁니다. 기대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회복력이 매우 낮습니다. 안타깝게도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회복력이에요. 이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인생에서 고통을 겪어보길 바랍니다.”






![[사설] ‘차라리 쉬는 게 낫다’는 인식 탓에 실업급여 줄줄 새는 것](https://newsimg.sedaily.com/2025/11/07/2H0CZ5H0CI_1.png)
![[알리 꿀템 PICK] 알리익스프레스로 완성하는 따뜻한 오피스 패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6/news-p.v1.20251106.249fd491327340ddb14f5fed347a3fbd_P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