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찾는 보코르산 공원까지 '여행금지'…"예약 80% 날아갔다"

2025-10-20

“성수기를 앞두고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11월에 30건, 12월에 40건이 예약돼 있었는데 지금은 80%가 날아갔어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여행사를 운영하는 40대 송 모 씨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11월부터 3월 초까지가 성수기인데 올해 영업은 시작도 못 하고 끝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실상 성수기 때 수입으로 1년을 버텨야 하는 구조인데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까지 피해가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여행경보가 최고 단계로 격상되면서 현지 교민 사회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인 감금·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외교부가 이달 16일부터 보코르산·바베트시·포이페트시 등 접경 지역을 여행 금지(4단계)로 지정한 여파다. 캄보디아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 1만 626명 중 대다수는 사실상 경제활동이 마비돼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프놈펜의 한식당들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대부분 출장차 캄보디아를 찾은 한국인 손님을 상대로 영업을 하지만 출장길이 끊기면서 매출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현지 물류업 종사자들 또한 거래가 중단돼 직격탄을 맞았다. 송 씨는 “교민 대부분이 여행·식음료·물류업 등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이라 피해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며 “시아누크빌은 이미 중국 자본 유입 이후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그나마 활기를 띠던 프놈펜까지 멈췄다”고 했다.

우리 정부의 전면적 여행 금지 조치에 대한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캄포트주 보코르산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장 모(56) 씨는 “보코르산은 평일 2000명, 주말 5000~6000명이 찾는 캄보디아 대표 국립공원”이라며 “보코르산 지역 여행 금지 조치는 서울 한복판에 여행 금지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캄보디아 전체가 범죄 단지처럼 비치면서 현지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농장주라 예외적 여권 사용 신청을 내고 복귀하지만 일반 한국인은 전혀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교민 사회에서는 침체 분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놈펜에서 2019년부터 국제학교를 운영 중인 이 모 선교사는 “아내가 얼마 전 한국에서 들어왔는데 항공기가 텅 비어 있을 정도로 최근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며 “이번 사태로 자영업 교민들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더 커지면 비자 발급이나 체류 자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사건·사고가 잦아지면서 교민 사회 전체가 위축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또 “학생 입학 문의가 와도 단순 관광이나 불분명한 사업 목적이면 일단 의심하고 본다”며 “어떻게 범죄와 엮일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지 분위기가 국내 보도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취업이나 일 때문에 캄보디아에 오는 경우 교민 사회에서 신원을 미리 확인하고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현지 생활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교민 사회 정비의 계기가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교민은 “그동안 시내에서 문신한 한국인들이 술 마시며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이번 사태를 기회로 범죄 도시로 낙인찍혔던 도시 분위기가 정돈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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