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고학력인 20~30대 장기 백수가 13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한파가 지속되면서 전체 장기 실업자는 4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경력직 채용이 점점 일반화하면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대체 효과까지 진행되고 있어 청년층 고용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구직 활동을 6개월 이상 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지난달 11만9000명으로 2021년 10월(12만8000명)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인 2020년 5월~2021년 12월 계속 10만명을 웃돈 뒤 이후 대체로 10만명 아래에 머물다가 지난달 급증했다.
지난달 전체 실업자(65만8000명) 중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8.1%였다. 10월 기준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었다.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 10월(17.7%)보다도 높았다. 장기 실업자 비율은 지난 4월 9.3%에 그쳤지만 5월 11.4%로 두 자릿수로 올라선 뒤 6개월 만에 약 두 배 늘었다.
장기 실업자가 늘고 있는 건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갖춘 고학력 청년층 중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지닌 20~30대 중 장기 실업자는 3만5000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9월(3만6000명)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연령대를 5세 단위로 보면 25~29세에서 1만9000명으로 가장 규모가 컸는데, 이는 지난 3월(2만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청년층 장기실업자 증가 배경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학력 청년층 인력의 공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기업 등이 경력직이나 수시 채용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고학력 인력의 초과공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2025년 하반기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대졸 신입 채용자 중 28.1%가 경력자였다. 이는 전년(25.8%)보다 2.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자신의 교육 및 기술 수준에 맞는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3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4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20~30대 쉬었음 인구는 73만6000명에 달했다.

장기 실업자 증가는 낙인 효과 등을 통해 구직 단념확률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고용 부진을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업자(2019년 1월~2021년 2월 기준) 중 3개월 이내 구직단념자가 된 경험이 있는 사람 비율인 구직단념전환율은 장기실업자가 21.1%로 단기실업자(11.9%)보다 크게 높았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36만6000명으로 2만1000명 늘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문제는 향후 청년층 고용시장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AI 등장으로 청년 일자리 감소가 가시화하고 있다. 한은이 펴낸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줄어든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 중 20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생성형 AI인 ‘챗GPT’ 출시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정보 서비스업 모두에서 청년 고용이 11.2%, 20.4%, 8.8%, 23.8%씩 감소했다.
허진욱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청년층 고용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는데, 경기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이라면서 “커리어 초기에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그 파급효과가 장기화되기 때문에 청년층은 구직포기로 돌아서기 쉬운 상황이고, 기업들 입장에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비경력직을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허 교수는 이어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 지금 정부에게 기대되는 것은 노동시장의 규제를 개혁하는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청년층이 경력 초기에 다소간의 저임금을 감수하더라도 경력을 쌓고, 그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은 경력이 필요한 좋은 일자리로 이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결국 노동시장의 경직적인 제도들을 유연화하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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