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을 꺼내먹어요, ‘만두전골’

냉장고 속 빽빽하게 들어찬 얼려놓은 음식들. 바쁜 일상에 생각나는 메뉴조차 없는 ‘요리 비수기’ 때는 늘 냉장고가 가득 차 있는 것을 꿈꾸지만, 어쩐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바로 풀(full) 냉장고가 아닐는지. 냉동실 한 번 열다 한숨 한 번.

흘러간 시간은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그리웠던 때를 꺼내 먹을(?) 수는 있겠다. 불현듯 까만 비닐봉지 사이로 둥글둥글한 태가 올록볼록 솟은 만두 봉투를 냉동실에서 꺼냈다. 요새는 시판 냉동만두가 너무나 근사해 직접 빚은 만두 찾기가 어려워졌다지만, 명절 즈음 집안 어른들 손맛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손만두를 꽤나 많이 득템 할 수 있다. 바지런히 먹어야지, 정말.

냉동해 둔 만두는 만둣국도 되고 전자레인지에 데워서도 먹고 팬에 굴려서도 먹지만, 눈도 내리고 이런 추운 날씨에는 역시 만두전골이 최고. 뜨끈한 국물에는 만두소의 맛이 배어들고, 만두에는 국물 맛이 배어드는, 들어간 재료들의 협업이 최고조에 이르는 오케스트라 같은 요리다. 그렇게 양쪽에서 들고나는 감칠맛이 폭발하는 이 만두전골은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건더기만 쏙쏙 골라 먹는 건더기파(?)들에게도 타박 들을 일이 없어 또 좋다.

국물 내는 방법만 정하면 사실 요리랄 것도 없이 쉽다. 만두 많이, 가래떡 ‘쬐끔’, 알배추, 느타리버섯, 대파, 양파 등을 준비해 먹기 좋게 손질부터 시작. 준비한 재료들이 다 들어갈 만한 냄비에 물, 연두링, 요리에센스 연두로 국물을 만들어 우선 후루룩 한 번 끓인다. 그다음 만두, 떡, 손질 재료들 모두 넣고 센 불에서 한소끔 끓이다가 중불로 줄여 뭉근히 더 익혀주면 완성!

만두가 국물 위로 동동 떠오르면 날름 집어먹고 싶지만, 예쁘게 모양을 잡아 둔 만두전골은 가족들이 다 모여야 비로소 손댈 수 있다. 하얀 국물 대신 칼칼한 전골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굵은 고춧가루를 1스푼 넣어준다. 입에 넣자마자 ‘으아’ 속 깊은 소리가 나오는 속 풀이용 전골도 완성!

동그랑땡, 산적 등 다시 데워먹기 싫었던 전 종류를 같이 넣어줘도 근사하다. 국물 속에 전의 맛이, 전 속에 국물의 맛이 서로 배어드는 오케스트라 같은 요리가 되는 이치가 만두전골과 같다. 이러다 금세 냉장고가 텅텅 빌 것 같은 만두전골,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