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헌재서 ‘기각·각하’ 했는데도, 윤석열은 “부정선거” 주장

2025-02-10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따지는 탄핵심판에서 ‘부정선거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이 중국 또는 북한과 연관돼 있다는 음모론을 답습하고 있다. 법원이 각종 부정선거 관련 재판에서 한번도 부정선거를 인정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엔 눈을 감았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집중 심리한다.

민경욱 부정선거 주장 그대로, 대법 “문제없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중국 배후설을 들고 나온 건 2020년 4·15 21대 총선 이후다. 인천 연수구을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QR코드 전산 조작과 투표 조작으로 이뤄진 부정선거”라며 법원에 선거무효 소송을 냈다. 그는 “중국 해커가 전산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의원이 몸담은 당에서조차 ‘괴담’이라는 비판이 나왔던 주장을 윤 대통령이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차 대국민 담화에서 선관위 전산시스템 비밀번호가 “아주 단순화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정부 연결번호와 같다”는 극우 유튜버 주장과 판박이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차 변론에선 선관위에 계엄군 투입을 지시한 장본인이 자신이라고 시인했다.

문제는 대법원이 이런 음모론에 기댄 부정선거 주장을 이미 3년 전 기각했다는 사실이다. 2022년 7월 대법원은 민 전 의원이 낸 선거무효 소송 사건에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선관위 서버와 인천 연수을 선거구 투표지 재검표 등도 검증해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전투표지 4만5593장의 이미지를 생성해 QR코드 판독도 한 다음 “위조된 사전투표지가 투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이 당시 주심을 맡았다.

대법원은 “수많은 사람의 감시하에 부정한 행위를 몰래 하려면 고도의 전산 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인력과 조직,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며 민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선거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존재했다는 점에 관해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 배후설’에 따른 부정선거론이 허무맹랑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을 대리했던 석동현·도태우 변호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이름을 올렸다. 자신들이 대리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된 주장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민 전 의원 등은 대법원 선고 이후 QR코드 문제를 제기하며 헌재에 헌법소원도 냈다. 사전투표지에 일련번호를 인쇄할 때 바코드가 아닌 QR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었다. 헌재는 2023년 10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는 청구 요건에 흠결이 있거나 부적합할 경우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헌재는 “QR코드는 2차원으로 구현된 바코드의 일종이고,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투표용지에 QR코드가 아닌 1차원 바코드가 인쇄되는지 또는 QR코드가 인쇄되는지 여부만으로 선거권자의 법적 지위에 변동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며 “선거 관리상 사실 행위에 불과해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공소장을 보면 계엄 당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김용군 정보사 예비역 대령에게 “(선관위 장악을 통해) 서버에서 반드시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며 “특히 QR코드 관련한 증거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QR코드가 선거조작에 사용됐다는 신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11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는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국회 측은 이번 탄핵심판 사건이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없지만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김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7차 변론에서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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