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로 델라웨어주에 회사를 설립하지 마십시오.”
지난해 1월 3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에 분노에 찬 게시글을 올렸다. 한 소액주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이 560억 달러에 달하는 머스크의 성과급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리자 나온 반응이다. 말로만 끝난 게 아니다.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인 테슬라·스페이스X·뉴럴링크의 법적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네바다와 텍사스로 옮겼다.
델라웨어주는 인구 100만 명 남짓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이지만 인구보다 두 배나 많은 220만 개의 기업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 가운데 65%가량이 본사 위치와는 상관없이 델라웨어에 적(籍)을 뒀다. 기업 유치를 위해 1899년 도입한 회사법에 따라 경영 책임에 대한 규제 부담을 낮추고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하는 등 친기업적 환경을 갖춘 덕이다. 아마존·구글·메타 등 기업들이 내는 법인 등록 수수료는 주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런데 ‘기업 천국’으로 정평이 난 델라웨어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자 실망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둥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억만장자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와 기술기업인 드롭박스가 법인 이전 의사를 밝혔다. 메타도 법인 이전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기업들의 델라웨어 탈출, 일명 ‘덱시트(Dexit)’ 우려에 주 정부는 다급해졌다. 올 초 취임한 맷 마이어 주지사는 지난달 주주들이 회사를 고소하기 어렵게 만든 회사법 개정안에 서명하면서 “델라웨어를 떠난 회사들을 반드시 다시 데려오겠다”고 다짐했다.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은 결국 기업들을 떠나게 만든다. 기업이 떠난 빈자리에는 성장도 일자리도 없다. 기업을 옥죄는 상법 개정에 집착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성장 우선’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