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미 전문가들의 눈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대표<5>
“대통령 공백에 양국 협력 차질
김정은, 협상 나설 지는 미지수”

프랭크 자누지(사진)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탄핵 사태로 한국 대통령 권력이 공백 상태라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와 조선업 강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데, 트럼프와 마주 앉아 한국의 목소리를 전달할 정치 지도자가 없는 것이 탄핵 사태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부와 외교부, 국방부 사이의 협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상 간의 소통이 다른 나라들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 문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이 있다는 것이 한국에겐 다행”이라며 “한국은 대통령 권력 공백을 최대한 빠르게 메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누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공백기를 겪었던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의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는 취임 약 1년 반 뒤에서야 대사를 임명했다.
자누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독자적으로 김정은과 협상에 나설 것”이지만 “김정은이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는 국제사회가 제재를 강력하게 이행했고 코로나19까지 겹쳐 북한은 완전히 고립됐었다”며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와 원조 및 투자 등을 받아내고 싶어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러시아로부터 돈과 기술, 유류 등을 받고 있어 과거와 비교했을 때 김정은이 협상테이블에서 다급하지 않을 정도로 외교적 위치가 올라간 상황”이라며 “트럼프 1기 때처럼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누지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탄핵 사태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복원력에 크게 감동했다”는 말을 독자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은 헌법적 위기 상태가 아닌 정치적 위기 상태이며 헌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현재 자유를 누리고 있고 국회와 헌재, 윤석열 대통령 모두 헌법을 잘 따르고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 복원력이 강력하다는 점을 증명해냈다”고 강조했다.
자누지 대표는 “일부 한국인들은 지금의 상황에 짜증도 나고 걱정스러워 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인들이 헌법에 따라 민주적 자유를 행사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동아태 담당 정책 국장(1991~2012)을 지내며 당시 외교위원장이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역임했다. 2008년 미국 대선 때 버락 오바마 캠프의 한국 팀장을 지냈으며 국제 앰네스티 워싱턴 사무소장으로도 활동했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