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태극기로 달군 123일…광장은 여전히 '춘래불사춘'

2025-04-01

여의도→한남동→광화문→대학가…주요 장소 바뀔 때마다 수만명 집결

'역동적 민주주의' 보였지만 '선고결과 승복·국민 통합' 남은 과제도

12·3 비상계엄부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리기까지 꼬박 123일.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와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은 '응원봉'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극한 대립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17번의 주말 동안 서울 도심에서 열린 주요 집회에 모인 참석자는 총 124만여명(경찰 비공식 추산 누적 인원)에 달한다.

12·3 비상계엄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6일부터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까지 아흐레 동안 시위대는 매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여들었다.

12월 7일 첫 탄핵안 표결 무산 당시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15만여명(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었던 인파는 일주일 뒤 20만여명(주최 측 추산 200만명)으로 불어나 국회를 둘러싸고 탄핵안 가결을 지켜봤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집회를 상징하는 '촛불' 대신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나온 2030 여성은 집회 주역으로 부상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로제의 '아파트', 에스파의 '위플래시' 등 K팝이 새로운 '민중가요'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응원봉이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30 여성은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남태령 고개에서 트랙터를 앞세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상경 시위에 적극 참여해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1월 윤 대통령의 첫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직후에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3박 4일 동안 밤을 새우기도 했다.

한편 탄핵 반대 진영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계기로 점차 세가 확산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공수처가 그간 다른 사건 관할법원이었던 서울중앙지법 대신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것을 '법원 쇼핑'이라고 비판하며 광화문광장과 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었다.

손현보 세계로교회 담임목사가 주도하는 개신교계 단체 '세이브코리아'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를 앞세워 여의도를 시작으로 대구와 광주 등에서 '순회 집회'를 열며 세몰이에 나섰다.

'디시인사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결집한 20대 남성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집회에 대거 가세했다.

이들 집회는 탄핵 국면에서 흩어진 지지층을 결집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등 여권 인사들도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 윤 대통령 지지자의 호응을 얻었다.

3·1절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광화문에 6만5천명, 여의도에 5만5천명이 모였다. 대국본과 세이브코리아 측은 각각 500만명과 3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집회가 격화되면서 폭력과 분신 등 과격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월 18∼19일에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서부지법에서 폭력 난동을 일으킨 혐의로 이날까지 9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 2명도 잇달아 분신해 숨졌다.

대통령 관저 인근 탄핵 촉구 집회에서 경찰에 무전기를 던져 다치게 한 민주노총 조합원도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새 학기 개강을 전후한 전국 대학가에서도 양 진영의 집회가 잇달아 열리면서 극단 유튜버들이 주먹을 휘두르고 욕설을 내뱉으며 소란이 일기도 했다.

선고가 임박할수록 양 진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다 날계란을 맞는 등 폭력 사건도 이어졌다.

겨울을 뜨겁게 달군 탄핵 국면은 헌재 선고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고 이후에도 광장이 또 다른 갈등과 대립의 시작점이 되리라는 우려 탓에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 특유의 역동적 민주주의를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으나 어떻게 갈기갈기 찢어진 국론을 통합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지 숙제를 남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심판 선고에 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을 치유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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