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는 부위에 따라 식감이 달라요. 또, 같은 부위라도 생선 상태에 따라 손질 방법이 다릅니다. 지금 준비한 참치 뱃살은 근막이 있어서 질길 수 있어서 불에 살짝 익혀서 녹여줬습니다. 이렇게 하면 식감이 부드러워요.”

지난 11일 낮,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일식당 ‘스시 카네사카’에서 타마루 미츠히로 셰프가 점심 메뉴로 선보인 참치 뱃살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초밥을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고소한 풍미만이 은은하게 퍼졌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식사 시간 동안, 타마루 셰프는 쉼 없이 손을 움직였다. 볏짚으로 훈연한 삼치, 통영산 자연 도미, 유자 향을 머금은 흰새우,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피조개까지,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 본연의 식감과 풍미를 최대한 살려 정성스럽게 스시를 쥐었다.
‘스시 카네사카’는 일본의 대표적인 스시 장인, 카네사카 신지 셰프가 2000년 도쿄 긴자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스시 브랜드다. 긴자 본점은 2008년부터 미쉐린 2스타를 유지하며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매장은 지난해 서울 파르나스 호텔의 일식 다이닝 ‘히노츠키’ 내에 첫선을 보였으며, 신지 셰프의 제자인 타마루 셰프가 책임지고 있다. 좌석은 오직 카운터 8석. 일본 정통 스시를 맛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로 만석을 기록히는 등 인기다.
스시 카네사카만의 차별점은.
스시 전문점은 저마다 독창성을 가지고 있지만, 카네사카는 스시를 대하는 태도와 철학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카네사카 신지 셰프로부터, 스시 한 점, 한 점에 영혼을 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기 때문이다. 스시를 접시에 올릴 때도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툭 놓아서는 안 된다. 접시에 올리면서 손을 떼는 시간이 0.5~0.7초 정도인데, 이 순간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물론 스시는 일본에서 맥도날드처럼 흔하고 익숙한 음식이지만 재료와 공간, 서비스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 긴자에 있는 카네사카 본점은 미쉐린 2스타가 설명하듯, 최고급 매장이다. 본점에선 우니(성게알) 한 판에 40만원, 참치는 1㎏에 50만원 이상의 최상급 재료를 사용한다. 한국 매장도 본점의 철학을 유지하면서 최상의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마루 셰프를 비롯해 카네사카 셰프들 모두 머리를 밀었는데, 이유는.
신지 셰프를 존경하기 때문에, 늘 그의 가르침을 따르려 노력한다. ‘일악입혼(一握入魂)’, 즉 초밥 한 점에도 혼을 불어넣는다는 의미의 문구가 새겨진 칼을 보며 매 순간 마음을 다잡는다. 이러한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것 중 하나가 머리를 깔끔히 미는 것이다. 스시 장인은 손님에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야 한다는 철학이 있고 이를 위해 머리를 밀었다. 머리카락이 있으면 자신을 숨긴다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시집을 분류하는 요소로 좋은 식재료를 꼽았는데. 생선을 고르는 기준은.
생선은 자연산을 사용하는데, 이를 위해 매일 산지와 직접 소통한다. 지난해 한국 매장을 열기 전, 최고 품질의 생선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산지인 통영, 부산, 완도, 제주를 찾아다녔다. 지역도 낯설고, 생선도 달라서,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한국의 대형 수산시장도 방문했지만, 산지에서 가져오는 생선의 품질이 월등히 뛰어났다.
회와 스시에 사용하는 생선의 차이는.
스시에서 생선의 숙성 여부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스시에 사용하는 생선은 숙성하지만, 회로 제공할 경우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숙성을 하지 않는다. 물론, 같은 생선이라도 활용 방식에 따라 숙성법이 달라진다.
봄에 추천하는 생선은.
계절에 따라 제철 생선이 바뀌는데, 봄철에는 황돔이 가장 맛있다. 한 마리에서 단 2인분만 나오는 귀한 부위로, 살과 껍질이 모두 부드러워 특별한 식감을 선사한다. 특히 큰 생선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이 황돔의 매력이며,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밥도 스시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인데.
스시의 기본이 되는 밥은 그 품종부터 밥물의 양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스시용 쌀은 찰기가 없어야 하며, 향이 강하지 않고 단단해야 한다. 한국에 와서 10종류의 쌀을 테스트한 끝에 그중 ‘아키바레’, 추정미를 골랐다. 일본에서 사용하던 쌀과 가장 비슷했다. 밥물의 양도 날씨와 습도에 따라 매일 조금씩 조정한다.
솥에서 밥을 꺼낼 때, 주걱이 아닌 면보를 사용하는 이유는.
스시용 밥을 손으로 직접 집으면 뜨겁고, 밥알이 손에 달라붙는다. 나무 주걱을 사용하면 밥알이 깨지는 것은 물론, 나무 향이 밥에 밸 수 있다. 스시는 섬세한 음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을 배제하기 위해, 면보를 사용해 밥을 뜨고 담는다.
한국과 일본 고객의 스시 취향에 차이가 있나.
물론이다. 우선, 한국에서는 밥양이 적은 것을 선호하고 간도 강한 편이다 보니 간장을 일본보다 더 사용한다. 또한, 요리의 경우 일본은 심플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은 좀 더 화려한 요리를 원한다.
스시를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궁금하다.
스시를 맛있게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고플 때 방문하는 것이다(웃음). 그리고 내 앞에 놓이는 스시에 집중해 주었으면 한다. 특히 지금처럼 계절이 바뀌는 때 찾으면, 지난 계절에 먹어보지 못했던 제철 생선을 내주기 때문에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