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 앱에서 외국인 여성인 양 접근해 투자를 권유하며 수천억원을 가로챈 연애 빙자 사기(로맨스 스캠)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포함해 총 34명을 검거하고, 이 중 주범인 9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 자전거와 골프 등 취미활동 앱에 가입한 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젊은 외국 여성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피해자와 채팅을 이어가고 가짜 사진을 보내며 연인 관계를 맺었고, 돈을 직접 요구하는 대신 '좋은 주식·펀드 종목이 있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하지만 이들이 안내한 곳은 증권사 홈페이지를 본뜬 가짜 웹사이트였다. 화면은 투자 초기 100% 이상 수익을 거둔 것처럼 조작됐으며, 출금 시 수익의 1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안내 문구도 나왔다. 피해자가 수수료를 입금하면 홈페이지는 폐쇄되고 앱에서 연락을 나누던 계정은 사라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16명이다. 하지만 A씨 일당이 상품권 업체 등을 통해 세탁한 돈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지혜(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