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잠재력 7조원 ‘한우 숙성육’…공인 품질기준 필요

2024-09-22

10일 ‘추석 성수품 수급점검 및 수확기 쌀값과 한우 가격안정 대책 민당정 협의회’가 내놓은 ‘한우 수급안정과 중장기 발전 대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숙성육 시장 확대’다. 소비 저변을 확대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숙성육 시장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숙성하면 육질 연해지고 풍미 향상돼=일반적으로 ‘숙성’이란 쇠고기를 냉장 온도에서 일정 기간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저온숙성 과정에서 체내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육류 연도(부드러운 정도)가 증가하고 풍미가 좋아진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지난해 2월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한우고기 1등급 등심을 4℃에서 14일 숙성했을 때 근육 내 단백질 분해 효소가 활성화하면서 ‘전단력’ 수치가 50%가량 낮아졌다. 전단력은 고기의 연도를 나타내는데, 낮을수록 고기가 연하다는 뜻이다. 축과원 연구결과에선 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유리아미노산(글루탐산)’ 함량도 3배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잠재력 7조원”=숙성육 스타트업(새싹기업) 스마트빙온테크놀로지의 변종수 대표는 “저등급 한우고기부터 고등급 한우고기의 저지방 부위까지 전체 한우고기 시장의 70% 정도가 숙성육 시장의 잠재적 원물이라고 볼 때 올해 예상 도축규모(100만마리)와 경락값(1마리당 1000만원)을 가정해보면 7조원 수준의 시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숙성육 시장이 몰고 올 긍정적 파급효과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 6월 ‘한우낙농 산업 경영안정 대책 연구’를 통해 “숙성육 시장이 확대되면 숙성육 원재료인 저등급 한우고기 경락값의 등급간 값 차이가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이 잘만 구축되면 쇠고기 등급 상승을 기대하고 비육 말기에 사료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우고기는 일반적으로 등심·안심 등 구이류 수요가 높아 같은 등급의 고기라도 부위별로 값이 달라진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1마리분의 한우고기에서 60%가량을 차지하는 저지방 부위는 대부분 냉동육으로 전환돼 유통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숙성을 통해 저지방 부위의 품질을 높인다면 쇠고기 경락값이 상승해 농가소득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 품질 기준 마련해 소비자 신뢰 구축해야=과제로는 숙성육 품질 기준 도입이 꼽힌다. 앞서 민당정 협의회도 숙성육 시장 확대를 위해 숙성육 연도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지석 농경연 전문연구원은 “소비자로선 고기 품질 자체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는 공인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유통 주체들은 이같은 기준을 제대로 표시해 소비자가 신뢰하고 소비할 수 있는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숙성육 생산·유통 인프라를 산지에도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서영석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현재의 숙성육 시장은 숙성 주체인 유통업체에서 부가가치를 모두 가져가는 구조”라면서 “농가 단위에서도 영농조합법인 등을 설립해 숙성육을 생산·유통할 수 있도록 시설비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리 기자 glas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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