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4강전〉 ○ 딩하오 9단 ● 진위청 8단

장면⑥=흑▲로 젖히자 백△로 들여다본다. 동문서답이지만 이 한 수의 문답에는 수많은 대화가 함축되어 있다. 공격하는 흑이 1로 차단한 것은 당연하다. 백도 고개를 끄덕이며 2로 근거를 잡았고 흑은 3으로 찌르며 동태를 본다.
어떻게 공격해야 할까. 진위청은 난제를 끌어안고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그러다가 흑5가 등장했다. 당연한 선수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생각에 취해 깜박한 것일까. 흑은 전쟁터를 이탈했고 딩하오는 여지없이 백6으로 뚫었다. 하변의 임자가 바뀌려 한다.

◆AI의 추천=AI는 흑1로 공격하여 7까지 외세를 얻은 다음 9로 하변을 지키라고 한다. AI의 수법은 기발하지 않다. 현실적이다. 약간 불리하지만 침착하게 긴 승부로 가는 게 현실임을 알려준다.

◆실전 진행=흑▲로 한눈파는 순간 백△로 뚫렸다. 한데 그다음 백2가 더 좋은 수. AI의 블루 스폿이기도 하다. 흑3이 불가피할 때 4의 절단. 하변의 임자가 바뀌었다. 딩하오는 확실히 강적이다. 5로 공격했으나 12까지 달아나버렸다. 차이는 6집 이상으로 벌어졌다. 백의 승률은 90%. 흑▲의 죄가 컸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