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 IT서비스 계열사의 역할이 엇갈렸다. 지난해 삼성과 롯데 IT계열사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그룹의 새 먹거리를 도모한 반면, 현대와 포스코는 여전히 내부 매출 비중을 높이며 '그룹 전산실' 역할을 탈피하지 못했다.
23일 국내 IT서비스 업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과가 나왔다. 특히 현대오토에버와 포스코DX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7136억원을 기록했는데, 특수관계자 거래(내부거래)가 3조4247억원에 달했다. 무려 매출의 92%에 달한다. 91% 비중을 기록한 전년보다 1%P(포인트) 더 늘었다.
포스코DX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조473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내부거래 총액이 1조35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92%가 그룹 계열사와 거래한 셈이다. 포스코DX도 같은 기간 2%P 내부거래 비중이 늘었다.
다른 IT 서비스 기업들도 그룹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LG CNS도 지난해 연결 기준 내부거래액은 4조1068억원이다. 매출(5조9826억원)의 68%로, 2023년보다 9% 올랐다. 이 이외에도 지난해 62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신세계 I&C도 4163억원이 내부거래액이다. 전체 매출의 66% 비중이며, 전년도보다 소폭 늘었다.
반면, 삼성SDS와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SDS의 지난해 연결 기준 전체 내부거래는 총 11조1047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13조8282억원)의 80%다. 2023년 대비 6%P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이노베이트의 내부거래액은 7569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1803억원)의 64% 비중을 차지하며 전년 대비 2%P 낮췄다.
실제 두 회사는 신사업에 적극적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해 3월 미국 현지 법인인 '롯데이노베이트 아메리카'를 세우고 북미 시장 진출을 공략한다. 특히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위해 현지 법인인 '이브이시스 아메리카'를 설립하는 등 해외로 눈을 돌렸다.
현대오토에버도 내비게이션 및 지도 사업의 글로벌 진출에 전력을 다한다. 지난해 12월 회사는 인도의 맵마이인디아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합작법인인 '테라 링크 테크놀로지'를 설립한 바 있다. 이 밖에도 관련 기업은 신사업을 발굴하거나 외부에서 수익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의존도가 높다는 건 회사의 성장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걸 뜻한다. 이에 과거에는 그룹 IT 계열사를 두고 내부 일감만 전담하는 '전산실'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였다. 그런데 이제 IT 계열사가 미래 10년 먹거리인 AI 전환을 이끄는 세상이 왔다. 이런 상황에도 그룹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미래 성장동력이 작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초 인하우스 격의 IT 기업 취지로 출범하고 성장한 회사가 있기는 하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룹 의존도가 유지된다면 기업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계를 넘기 위해선 의존도 낮추기가 과제가 될 것이고, 외연 확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