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밀착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할 때

2025-04-15

보건연합, 지난 12일 정세토론회 개최…극우 주류화에 맞선 기층단위의 투쟁 중요성 강조

지난 4일 12‧3 위헌적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4개월만에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이 결정됐다. 이런 당연한 결과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수많은 시민들은 매일 같이 광장에 나와 내란을 규탄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란세력들이 그 위세를 떨치고 있고, 음지에 있던 극우세력들이 전면에 등장했으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내란세력 척결과 사회대개혁으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도 12‧3 계엄부터 4‧4 파면까지 시민으로서 광장에 나왔고, 의료인으로서 의료부스를 꾸려 시민들이 안전하게 집회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지키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 운영위원회 주요 단체로서 운동의 주요 분기마다 의견과 방식을 개진하며 퇴진 운동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연합은 지난 1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12층 세미나실에서 ‘탄핵운동 4개월 돌아보고 나아가기 : 보건의료 –건강권운동 정세 및 활동토론’을 열고, 지난 4개월 간의 활동을 짚고, 앞으로의 운동 방향성을 가늠했다.

보건연합 우석균 공동대표는 ‘한국사회 극우의 주류화와 사회운동’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는 먼저 “윤석열 탄핵과 파면은 평범한 시민과 민중의 끈질긴 투쟁으로 이룬 성과란 측면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세계 역사로 봐도 친위 쿠데타를 민중의 힘으로 막아낸 사례는 흔치 않다”고 자축하면서 “특히 청년‧학생 회원들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기여에 감사하며, 계엄이라는 한국 사회에서는 예상할 수 없던 일을 겪게 만든 선배 운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청년‧학생들의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지치지 않는 투쟁에 큰 위로를 받았고, 이 용기와 인내의 경험이 결코 만만치 않은 자본주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우 대표는 극우세력의 등장 원인과 광장의 목소리를 읽지 못하는 의회정치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극우세력의 부상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정치적 성장을 이뤄낸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 극우세력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와 더불어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한 강요된 선택, 이후 이어진 펜데믹과 기후위기 등 자본주의의 다중위기와 맞물려 심화된 사회‧정치‧경제적 양극화의 결과로 탄생했다. 하나의 의견으로 존재했던 극우가 12.3 친위 쿠데타로 인해 정치 무대 주역의 하나로 등장한 것.

우 대표는 “전세계적 위기가 낳은 현상인만큼 극우의 부상이 일시적 일탈이거나 정상으로 돌아갈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라며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한덕수가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지명 강행, 내란죄로 기소된 윤석열이 여전히 국민의힘 차기 집권 정치에 관여하는 등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권’이 지속되고 있고, 정권이 바뀌어도 극우세력의 영향력이 지속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2.3 친위쿠데타가 1987년 민주화운동 후 이뤄진 한국사회 민주주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극우세력의 시도였다. 그들은 ‘87체제를 뛰어넘자’는 민주화 세력의 언어를 침탈하고, 광장으로 나왔다”며 “내란수괴 윤석열을 감옥에 다시 가두지 않는다면, 윤석열은 극우세력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주장하며 쿠데타를 포함한 체제전쟁을 선동하며 사회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결집하는 구심점 노릇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 대표는 “극우의 주류화로 인한 위기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87년 체제는 시민과 군부의 합의로 된 것이 아니라, 87년 6월 항쟁 후 7~8월 인천‧울산‧서울‧경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의 노동자 파업이 진행됐고, 특히 울산은 거리가 마비될 정도라 군사를 동원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가기에, 할 수 없었던 것일 뿐이다. 이후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민주주의와 노동자를 탄압하는 공안정국이 이어진 것을 상기하면 말이다”라고 짚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주장하는 극우세력이 당장 제1당이 되는 게 아니더라도 극우적 언사와 주장이 주류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보통의 일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체 없는 중도세력 포용, 민주당의 자살골

우석균 공동대표는 계엄령부터 현재까지 민주당의 선택과 판단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당일 계엄해제, 윤석열 탄핵안 국회 발의까지는 원내 정당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보이는데, 물론 시민들의 거리 투쟁이 그들의 역할을 강제한 결과이기도 하다”면서도 “탄핵 국회 의결 후부터 중요한 시기마다 민주당은 한덕수 탄핵 지연, 윤석열 구속에 대한 미온적 반응, 검찰에 대한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등 이른바 ‘중도세력 견인론’을 운운하며 늦장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모호한 태도는 윤석열이 극우세력을 선동하고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우 대표는 “의회 과반 다수당으로서 탄핵 등 할 수 있는 여러 권한이 있었음에도 말로만 내란 세력 척결을 외치면서 중도세력을 껴안는다는 명목으로 쿠테다 세력과 극우세력을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판단했다”며 “그 결과 쿠데타 세력의 결집, 윤석열 구속의 지연, 극우의 주류화, 서부지법 폭동 등 극우의 자신감을 강화시켰고, 이러한 안일한 대응은 결국 윤석열 석방과 헌재의 판결 지연으로 이어졌다”고 맹비난했다.

시민사회의 혼란한 현실 인식

또한 이 ‘중도세력 포괄’의 여파는 대단해서 시민사회가 모인 비상행동의 논쟁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 대표는 “극우주류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시민사회단체 일부는, 극우를 호칭하면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며, ‘내란 동조 시민’이라는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극우’라고 지칭하는 시민발언과 괴리를 보였다”며 “이는 위기를 모면하려는 목적으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는 구조적인 극우의 부상과 결집 원인 분석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시민사회단체 중 일부는 상황이 박근혜 퇴진 운동과 유사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는데, 당시 탄핵 반대 여론은 85:15로 20%를 넘지 않았으나, 윤석열 탄핵 반대 여론은 60:35였다”며 “그 결과가 윤석열 체포 실패 이후 형성된 여론이란 점에 주목해서 보면, 전광훈 등의 극우 시위에 국힘 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백골단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극우의 주류화에 대한 ‘한국적 표현’임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회주의의 문제

우석균 공동대표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내 팽배해진 의회주의, 제도정치나 선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경향으로 인해 비상행동 내 지도부 다수가 극우와의 싸움을 회피하거나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거리집회와 작업장의 운동으로 결합시켜 내는 사회운동의 역사가 어느새 많이 잊혀졌고, 다음세대의 경험으로 전수되지 못한 결과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피적인 법 제도 정치의 변화를 통해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려 하거나 의회주의의 한계를 무시하며, 아래로부터의 운동 건설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경향성이 한국 사회 운동 내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고, 전통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한덕수 탄핵, 최상목 탄핵, 극우세력 반대라는 집회 제목을 내걸자는 비상행동 공동대표자 회의, 운영위 회의에세서 3번에 걸친 투표가 다수결로 부결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우 대표는 “이는 이른바 민주정부인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탄생부터 급격해졌으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선출까지의 꽈정이 당시의 수많은 거리 시위와 집회, 노동자 파업 등 기층 사회운동의 급격한 분출이 없었다면 그마저도 어려웠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또한 시위에 나온 소위 좌파정당을 지칭하면서도 반쿠데타, 반극우 전선이라는 ‘전선 운동’을 형성할 때 그 목표를 기층민중의 대중투쟁에 근거한 기존 보수정당과 독립적인 운동 건설이 아닌 자신의 정당의 세력 확장을 정치운동 전략화하는 경향을 비판했다.

우 대표는 “의회 내 경쟁이 우선되는 것은 운동의 분열과 보수 정당과의 무원칙한 타협을 초래하고, 이것은 변혁적 사회운동의 균열을 낳고 현재 운동의 단결에 명백한 한계로 작동할 것”이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과 개헌, 국민 투표 동시 제안에 진보당과 정의당이 환영 성명을 낸 것은, 의회주의 경향과 경쟁을 보여준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당과 시민사회단체 일부가 ‘의회주의’의 한계에 갇혀있는 동안 헌재의 한덕수 탄핵 기각 복권, 강경파이자 계엄옹호론자인 김문수가 극우-국힘의 대선주자 1위가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 대표는 비판했다.

차던지 덥던지…극우와의 대결 피해선 안돼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전세계적인 극우의 주류화, 보수세력과 극우세력 경계의 모호화 등으로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화할까? 그리고 이 변화된 정치지형에서 보건의료운동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우석균 공동대표는 “이러한 정세 인식에 기초할 때 국힘의 극우화와 극우의 주류화, 민주당의 중도층 포괄 명분의 우경화, 새로운 민중 시민사회 운동 전선의 부상, 일부 좌파 정치정당의 민주당 의존도 강화 등 정치지형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의회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독자적 조직을 유지하며 활동하고, 거리와 작업장, 학교 등에서 사회운동력을 회복하고, 급진 민주주의자로서 반파시즘 지식인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거리와 작업장, 학교 등에서 사회운동력의 회복은, 의료인의 경우 의료인 내 극우세력과의 대결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라며 “전문가 및 지식인 단체 중 일부가 극우화되는 경향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대중단체라는 명분으로 지금까지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로 극우에 대한 입장을 숨긴다면, 진보적 보건의료운동은 갈피를 잃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급진민주주의자로서 반파시즘 지식인 운동에 대해 “지역과 현장(노조), 마을단위의 의료기관, 약국 등에서 유기적 지식인으로서 공통의 집단의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역사적 블록을 형성하는 역할이다”라며 “극우세력이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한다는 점에 비춰, 지금의 자본주의 다중위기의 시대에서는 반파시즘 전선을 명확히 하는 것을 기초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 대표는 “역사, 사회문제 등에 대한 소모임과 작은 세미나까지 노조 내 평조합원 모임부터 지역사회 내 모임까지 일상에서 급진 민주주의자로서의 활동을 창조적으로 만들어 나갈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우리가 얘기하는 극우가 되기 직전의 혐오세력들, 반여성, 반동성애, 반중(中), 반이주민 정서 등 현장에서부터 이러한 혐오에 맞서는 게 중요하다, 극단적 자유주의로서 누군가의 삶을 빼앗거나 파괴하는 방식에 맞서, 극우가 시도하는 타자화의 담론에 맞서, 법적 지위나 시민권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열린 공동체, 이주민 권리를 위한 지역사회 활동,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가 쟁취한 모든 것이 그러하듯, 보건의료운동 역시 87년 헌신적인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빚지고 있다”며 “역사를 변증법에 기초해 사유하는 지식인의 자세를 잃지 않고, 아래로부터의 투쟁 없이는 법 제도의 유의미한 변화도 결코 없다”고 피력했다.

사회 대개혁으로 나아갈 때

발제 후 플로어에서는 다양한 토론이 이어졌다. 행동하는간호사회 김주희 회원은 의회주의의 한계에 공감을 표하면서 “광장에서 만난 청년들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사회대개혁을 바라는 거지 민주당의 재집권을 바라는 게 아니라며, 양당과 기득권을 비판한다”며 “거리 집회와 현장의 목소리가 더욱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 그 방법을 함께 찾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전민용 전 대표는 “쿠데타 세력 대부분이 고학력자로, 지식인 앨리트 위주의 의회제도가 문제로 보인다”라며 “선거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 농민 등 현장의 사람들이 비례적으로 의회에 진입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토대가 마련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극우의 주류화를 너무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냉철한 지성으로 설득 논리와 근거를 개발하고, 대규모 집회를 통해 진보와 좌파가 사회 다수의 목소리며, 극우는 소수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며 “파시즘적인 행동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이후에는 4개월간의 의료부스 투쟁과 지역단위에서의 투쟁을 돌아보고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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