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텔링] 미래전 핵심 CCA무인기, 애자일 방법론 반드시 필요한 까닭

2024-11-06

[비즈한국] 최근 몇 년간 IT업계에서 소프트웨어나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에게 제일 큰 화두는 ‘애자일 개발’(Agile Software Development)이었다. 이는 목표에 따라 하향식으로 일방통행적 개발을 하는 워터폴(Waterfall)과 반대 방식으로 사용자들이 목표 달성을 위한 일감을 백로그(Backlog)로 만든 후 여러 단계의 스프린트(Sprint)와 완성품에 대한 회고(Postmotem)를 통해 반복 개발하는 방식이다.

애자일은 그 방법의 특이성만큼이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개발 방법론이다. 하지만 신속한 서비스와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이 필요한 IT산업은 이제 곳곳에서 애자일 개발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실제 제품을 제작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들도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 중이고, 보수적인 국방 연구개발과 무기체계 부분에서도 ‘CCA’라는 무인기 개발을 시작으로 애자일 개발에 도전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CCA’는 협력전투항공기(Collaborative Combat Aircraft)의 약자로, 무인 전투 항공기면서 혼자서 작전하지 않고 사람과 같이 작전하는 유무인 복합(Man-Unmaned Teaming) 체계다.

과거에 만들어진 무인기들은 혼자서 작전해 무인기 조종을 위한 AI(인공지능)등 소프트웨어 개발비용도 많이 들어갔다. 격추되지 않기 위해 여러 장비를 넣다보니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이 개발한 X-47B UCAV(무인전투기)의 경우 1대 당 가격이 무려 2억 달러를 넘어 비용 폭증으로 취소된 프로젝트가 많았다.

CCA를 추진하는 미국은 이같은 실패를 반성하기 위해 세 가지 개념을 도입했다. 첫번째 개념은 ‘유무인 복합’ 개념이다. 무인기가 모든 임무를 맡는게 아니라 유인 전투기의 지휘 아래 위험한 적진에 침투하는 임무 중심으로 진행할 예쩡이다.

두 번째 개념은 ‘소모성’(Expandable)이다. 격추당하기 쉬우니 각종 값비싼 장비를 넣어 단가를 높이는 것이 아닌 가격을 억제해서 필요할 때에 사람이 탄 유인 전투기 대신 희생할 수 있도록 성능을 어느정도 제한한다.

마지막 개념은 ‘애자일’(Agile) 개발이다. 그 동안 미국이 만든 F-22나 F-35 스텔스 전투기는 만들때부터 세계 최고 성능을 수십 년 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CCA는 증분(增分, Increment) 이라는 생소한 개념이다. 세 번 개발하는 것을 전제로 달성 가능한 성능부터 1단계 증분 사업에서 CCA를 빠르게 진행하는 대신, 1단계 증분을 만들면서 배운 지식으로 곧 바로 2단계 증분 CCA를 만들고, 2단계 사업이 시작하면 곧 이어 3단계 증분을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CCA는 미국의 또 다른 대형 국방사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상은 좀 더 다르다. 미국의 CCA 개발을 보고 ‘비행기 좀 만든다’하는 국가들이 모두 CCA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국방 선진국들은 ‘CCA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필자가 이것을 ‘광풍’이라 표현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공우주 전문지 에비에이션 위크(Aviaiton Week Network)는 지난 10월 29일 서울에서 항공우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 사업 설명회를 했다. 이 세션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이 바로 ‘Rise of the Machine’이라는 제목의 세계 CCA 산업 동향 발표혔다.

해당 발표를 진행한 메튜 주피(Matthew Jouppi) 에비에이션 위크 선임 분석가는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이 이미 CCA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값비싼 6세대 전투기 개발 대신 CCA에 집중해 10년 안에 전 세계 CCA생산량은 500대 이상, 연간 생산량은 100대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대한민국 역시 이런 ‘CCA 물결’에 동참했지만 CCA의 핵심 요소인 ‘애자일 개발’에는 아예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KUS-LW라는 CCA 전투기를 2025년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우 UCAV(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라는 이름으로 자체 설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두 무인기를 보조할 소형무인기도 제작 중이다.

하지만 한국의 CCA 개발계획은 ‘애자일’은 커녕 전형적인 워터폴 개발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미래 성능개량 및 빠른 기술 확장이 현재 불가능하다. 한국에 방문한 메튜 주피 분석가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개발을 취소한 KUS-FC의 경우 차세대 CCA 프로젝트인 Increment2 에 적용 가능했다”며 한국이 큰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미국의 CCA 계획을 모방했지만 저성능의 Increment1단계만 모방하기 때문에 생긴 실수였다.

단순히 개발계획만 문제가 아니다. CCA의 경우 AI로 무인기를 조종하는 것이 기본이고, 인간 조종사가 AI의 판단이나 결정을 보조하는 개념이다. 다양한 AI의 개발과 시험이 필수적이지만 한국에서 개발중인 CCA 계획에는 이런 ‘AI 개발의 확장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공지능 AI 파일럿 등 국방 AI 개발에 참여중인 건국대학교 방위사업학과 안민호 겸임교수는 ‘CCA의 경우 아직 작전개념이 성립되지 않은 신개념 미래무기다. 미국조차 방향성에 고민을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신산업분야 일수록 창의성 있는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솔루션을 연구하고, 정부와 연구기관이 가능성있는 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 한국이 진행중인 CCA 사업은 이런 개방과 협력의 기회를 AI 기업들이 얻기 힘든 상황이다.

왜 이럴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서 수직이착륙 스마트무인기(TR-60,TR-100)를 개발했던 안오성 연구원은 “한국의 국책연구사업의 구조적 문제’인 수직적 문화, 대형투자와 대형사업을 정부로부터 받는데 치중하는 연구개발 풍토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애자일 개발은 불가능”하다면서 “창의적 조직문화로 반복 개발과 수정을 거쳐 발전하는 애자일 문화는 리더에게 위임하되 리더가 조직원들을 격려하고 창발성을 장려해야 하는데, R&D 개발전략의 부재가 이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CCA 개발에서 미국의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해 진행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조심스럽지만 CCA 무인기 개발에서만큼은 KAI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같은 거대 기업과 연구소들이 조금씩 양보하는 사업방향을 채택해 창의적 솔루션을 가진 중소기업과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위임하는 시도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가령 현재 대한항공과 KAI가 경쟁하는 CCA 프로그램의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두 회사가 만드는 CCA 전투기를 일종의 오픈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두 회사가 만드는 CCA 시제 항공기의 중요 정보를 블랙박스화 한 후 자격있는 외부 업체나 연구소가 CCA에 필요한 AI를 여러 곳에서 개발해 그중 가장 잘 만든 제품을 채택한다. 혹은 애자일 개발 방식으로 현재 개발중인 CCA를 개선하는 방법이나 연구를 여러 업체들이 도전하도록 개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애플 아이폰을 모방한 수많은 스마트폰이 등장했지만 결국 애플의 혁신을 버티지 못하고 수십 개의 스마트폰 회사가 도산했다. 미국이 개발방법의 혁신을 위해 도전중인 CCA를 우리가 모방해서 개발하고 있지만, 단순히 CCA 비행기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비행기를 만든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CCA 개발방식에 맞는 애자일 개발방식을 도입하고, 미국 공군이 스타트업인 안두릴(Anduril Industries)를 CCA 후보로 파격적으로 선정한 것 같은 혁신과 파격 없이는 우리는 단순히 껍데기만 있는 CCA를 얻을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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