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중동 순방과 G20 정상회의 참석은 한국 외교와 경제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아프리카, 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대상으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질서가 다극화하고 글로벌 사우스의 비중이 커지면서 한국은 전략적 기로에 서 있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과 공급망 리스크,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기존 수출·투자 구조로는 더 이상 안정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공급망·에너지·투자 파트너를 동시에 다변화하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한-UAE 정상회담은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UAE는 기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며 '백년 동행'을 위한 파트너십을 천명했다.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과학, 우주, 통상, 지식재산, 의약, 원자력 등 7개 분야 협력 문건 교환은 두 나라의 관계가 에너지와 건설 중심에서 혁신 주도형 협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순방 성과 가운데서도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식재산 분야 협력이다. 한-UAE 지식재산 협력은 지난 2010년 포괄협력 업무협약 체결 이후 성공적인 궤적을 그려왔다.
지난 10여년 간 진행된 특허심사관 파견 사업은 두 나라의 대표적 윈윈 모델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서 파견된 총 19명의 심사관이 현지에서 직접 심사를 대행했다. 이들은 UAE에 신속하고 고품질의 심사 서비스를, 우리 기업에는 안정적인 권리확보 경로를 제공해왔다.
이번에 두 나라가 체결한 '지식재산 분야 심화 협력 업무협약'은 기존 특허심사와 정보 시스템 중심 협력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식재산 행정의 디지털 전환, 지식재산의 거래·라이선스·금융을 포괄하는 사업화, 위조상품 단속과 온라인 침해 대응 등 보호·집행 영역까지 협력 범위를 대폭 넓힌 것이 특징이다.
지식재산을 단순한 '등록 절차'가 아니라 혁신이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전 과정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제 가시적 성과 창출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무바달라 등 UAE 국부펀드의 자금력을 우리 기업의 성장 마중물로 전환하는 것이다. UAE 자본이 우수 지식재산을 보유한 국내 기술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현지화 자금이 절실한 우리 기업에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 UAE에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우수 지식재산을 포트폴리오에 담게 해주는 동반 성장 모델로, '백년 동행'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또 온라인 커머스가 상품 교역의 주요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이 글로벌 과제로 부상했다. 한국과 UAE가 AI를 접목한 위조상품 대응 기술을 공유하고, 집행 분야로 협력을 확대한다면 식품, 화장품, 콘텐츠 등 중동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K-컬처 상품의 수출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에서 지식재산은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위한 핵심 인프라이자 우리 경제의 질적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열쇠다. UAE와의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전역으로 지식재산 분야 협력을 확장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ykwon@kiep.go.kr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
![[AI의 종목 이야기] 인텔, 말레이시아 후공정 허브로 육성 위해 추가 투자](https://img.newspim.com/etc/portfolio/pc_portfolio.jpg)



![[사설] AI×SW 모든 것을 만날 기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02/news-a.v1.20251202.d20d2f4579d8491e9603ae38353c1697_T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