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새로운 양자컴퓨터 두뇌칩을 공개한 지 일주일 만에 중국이 동급의 자체 개발 칩을 과시하며 미·중 간 양자기술 패권을 둔 신경전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중국과학원(CAS) 산하 중국과학기술대와 양자컴퓨터 기업 퀀텀시텍 등 중국 연구진은 16일(현지시간) 새로운 양자칩 ‘주총즈 3.0’을 사전논문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주총즈 3.0이 105큐비트(양자정보 연산단위)를 가졌으며 현존 최강의 슈퍼컴퓨터인 ‘프런티어’로는 거의 불가능한 연산을 빠르게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구형 양자칩 ‘시커모어’보다도 성능이 뛰어나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9일(현지시간) 구글의 신형 양자칩 ‘윌로’ 공개 일주일 만에 나왔다. 구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게재와 함께 윌로 개발성과를 공개한 반면 중국은 아직 피어리뷰(동료평가) 등 학계 정식발표 전인 사전논문 형태로 서둘러 현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주총즈 3.0을 홍보했다. 주총즈 3.0이 윌로와 맞먹는다는 현지 과학자들의 주장도 전해졌다. 양국의 기술패권경쟁이 양자 분야로 확전되면서 서로 기술력을 과시하는 신경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에 주총즈 3.0이 내세우는 성능도 윌로와 비슷하다. 앞서 구글은 윌로가 105큐비트를 가졌으며, 프런티어로 10셉틸리언(10의 24제곱)년이 걸리는 작업을 5분 만에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큐비트를 늘려도 계산 오류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최초의 칩이라고도 했다.
윌로가 공개된 날 중국에서는 양자컴퓨터를 의학 연구에 활용하는 자국 내 최초의 연구소 ‘허페이 양자컴퓨팅·데이터 의학연구소’ 출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연구소는 양자컴퓨터 기업 ‘오리진퀀텀컴퓨팅’과 벙부의대가 공동 설립해 의학 분야의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길 방침이다. 방대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양자컴퓨터로 분석·관리하고 신약 연구 등에도 응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6일에는 주총즈 3.0 개발에 참여한 퀀텀시텍이 CAS와 함께 504큐비트 양자컴퓨터 ‘톈옌-504’를 출시했다.
내년 유엔이 정한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를 앞두고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의 상용화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내 구글의 경쟁사 IBM은 지난 달 최신 양자칩 ‘퀀텀 헤론’을 공개했다. 2021년 공개해 최근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에 도입된 127큐비트급과 비교해 동일한 연산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112시간에서 2.2시간으로 50배 향상시킨 현존 최고 성능의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이스라엘도 이달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등이 자국 최초의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 역시 올초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주도로 국산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내년 3월 안에 이를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상용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