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법 좌경화’ 의심, 꽤 됐다…함운경 만나 이 판사 욕하기도 ②

2025-01-16

尹 정국인식 해부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전인 지난해 초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근처 식당에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당시 국민의힘이 20~40대 수도권·호남 출신의 비(非)정치인들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면 배치하던 때다.

점심 자리에는 주대환(71·이하 존칭 생략)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김일성의 지령를 받고 90년대 ‘민혁당’을 조직한 ‘주사파 대부’ 김영환(63·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함운경(61·이하 존칭 생략) 전 삼민투 위원장을 비롯해 대여섯이 참석했다. 주대환과 함운경은 2023년 8월 반미·반일 프레임에 갇혀 북한 정치체제에 관대한 야당 중심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 청산을 위해 ‘민주화운동동지회’라는 단체를 조직했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자”는 명분이었다.

윤 대통령, 간첩들의 사법 방해 걱정

함운경은 지난달 31일 만난 취재팀에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민주노총 간부 출신이 연루된 간첩사건을 언급하면서 공안 수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간첩 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재판관 기피 신청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불구속 상태에서 활보한다고 개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거론하면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원지법은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S씨(53)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가 같은 해 9~10월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청주 간첩단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혐의 내용을 전부 부인하고, 재판관 기피 신청을 네 차례 내면서 1심만 2년 넘게 걸렸다.

윤 대통령은 사법부의 좌경화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진보 성향의 대법관 L을 지목했다. 1985년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깃발사건’)에 연루된 그는 국보법 위반(반국가단체 고무찬양)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국보법 위반 1호 판사’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진보 성향의 판사들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의 당시에도 ‘반국가 세력’을 걱정하고 있었다. 반국가 세력은 윤 대통령이 2022년 집권 초기 종북 주사파를 겨냥해 만든 든 조어(造語)다. 이후 주요 정치적 고비 때마다 언급하며 정치적 반대세력을 지칭하는 뉘앙스로 개념의 범위를 넓혀 왔다.

윤 대통령은 15일 체포되기 전에도 “나라가 종북 좌파들로 가득차 있어 위기인데 2년 반을 더 해서 무엇하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이 위기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종북 좌파의 존재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이날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한동훈, 반국가 세력의 국회 입성 경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내세운 ‘반국가 세력 척결’에 힘을 보탠 적이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이 경기동부연합 출신들, 통진당(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이 아주 큰 지분을 가진 위성정당에 참여한다”며 “(민주당의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창당은) 종북 세력의 트로이목마”라고 비난했다. 이어 “86 운동권 특권 세력이 지금 민주당 주류에 들어가 있고, 이에 더해 경기동부연합과 진보당 세력이 같이 컬래버(공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보수 진영 집회를 이끄는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는 과정에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이끌었던 경기동부연합과 연대가 있었다고 본다”며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 역할을 하면서 반국가 세력이 국회로 입성하는 길을 막자는 차원에서 당시 한 전 대표의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운경 “실체가 없는 허깨비를 좇는 망상”

함운경은 “점심 모임 때 윤 대통령이 주사파 같은 걸 걱정하길래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지 설마 비상계엄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이던 그는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9개월 복역하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핵심 운동권으로 통한다. 출소 뒤에는 고(故) 문익환 목사의 방북 활동을 도우면서 통일운동에 뛰어들었다. 95년엔 남파간첩 김동식씨와 만난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은 혐의(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21년 12월에도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면서 자영업자 목소리를 대변하던 시절이었다. 윤 대통령은 함운경을 “운동권 세대의 기득권화와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을 맹렬히 비판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함운경은 지난해 4·10 총선에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마포을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그런 함운경은 윤 대통령의 계엄 결정 이유로 반국가 세력을 지목한 데 대해 “실체가 없는 허깨비를 좇는 망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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