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대한민국 혁신은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에서 시작”

2025-01-01

구윤철 서울대 특임교수(前 국무조정실장)에 듣다

트럼프 행정부가 필요한 부분 제시

조선업 등 적극적인 협력관계 필요

서로 윈윈하는 경제적 측면서 고민

제대로 대응 못하면 경제 침체 우려

TK 메가시티 통해 핵심 축으로 발전

지역·대한민국 살릴 새로운 기술 필요

외국인 관광객들 찾아 올 아이템 발굴

대학별 산업·농업 등 전문 특성화해야

“우리 정치가 경제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정치의 의사결정 방향은 당리 당략이 아닌 국익으로 봐야한다. 우리경제의 글로벌 도약에 도움이 되는 그런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구윤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국무조정실장)는 대구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경제가 정치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12·3 계엄사태’ 이후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원/달러 환율은 1천500원대를 향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탈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탄핵 정국에 대해 구윤철 특임교수는 “경제시스템은 한 번 무너지면 복원하기 어려운 만큼, 경제 비상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 혁신은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구 교수는 앞서 ‘레볼루션 코리아’ (구윤철 지음/바다위의정원 펴냄) 저서를 통해 ‘대한민국을 위한 11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AI, 초혁신경제, 글로벌경제, 저출생, 고령화, 지역 균형발전, 복지, 교육, 정치, 정부, 재정 등에서의 혁신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는 재무부를 시작으로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위원회,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청와대, 국제기구, 기획재정부 등에서 국가 정책과 예산을 다루는 일을 해 온 경제 전문가다. 기재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을 거쳐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33년간 ‘국가예산 및 정책과 한평생 동고동락한 산 증인’인 구 교수를 만나 대한민국과 대구경북(TK)의 미래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현재의 한국 상황을 평가한다면.

△살얼음판을 걷는 그런 환경이다. 대외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미국과의 관계다. 새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는데 이 사람은 한마디로 말하면 장사꾼이다.

한국에 대해 지난번 ‘현금자판기’라고 얘기했듯이 한국이 미국에 대해 무역수지·경상수지 등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이를 줄이기 위한 압력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도 과거하고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에 뭘 봐달라고 (미국에)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필요한 부분을 제시하며 “좋다. 우리도 그러면 줄여주겠다”라는 식의 대응이 필요하다. 기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던 것을 가능하면 미국으로 좀 돌린다든지, 우리가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 특히, 조선업 등의 적극적인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미국에는 조선소가 없어 항공모함 등을 수리할 수 없는데 우리 조선 기술이 워낙 뛰어나니 이를 적극 활용하고, 그 다음에 한국의 반도체라든지 이차전지라든지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해서 서로 윈윈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한미 협력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것들을 준비해야 되는데 우리 현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러가지 상황에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면 진짜 굉장히 세게 얻어맞을 수가 있고,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살얼음판을 걷는 대외 환경속에 국내적으로는 경기가 굉장히 안 좋다. 비상계엄 이후 소비심리가 확 얼어붙었고, 국민들이 즐겁지가 않다보니 모든 것이 위축돼 있고, 해외에서도 한국을 보는 시각이 과거 문명의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보는 그런 인식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관광객 감소와 해외에서 들어오는 수주 등에서 굉장히 소극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내의 소비 축소로 이중고를 겪으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성장 잠재력과 성장률이 계속 떨어진다. 특히, 잠재 성장을 이루는 요소는 기술·자본·노동인데, 노동은 인구가 줄어드니 우리 사회가 고령화·저출생화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자본역시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잘 안한다.

한국의 기술력도 과거에 비해 중국과 인도는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추격이 대단하다. 이를 타개해 나가려면 리더십을 발휘해야 되는데, 지금 상황은 권력의 공백기에 빠져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높아 한국 경제의 진짜 위기가 2026년에 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크다.

-대구경북(TK)의 미래를 위해 집중해야 할 부분은.

△위기상황일수록 대구·경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TK가 지금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진정한 메가시티를 통해 대한민국 서울과 수도권에 대응하는 그런 핵심 축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통해 TK의 자존심과 예전의 영광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변화·변혁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산업·농업·문화·관광 등이 대학과 연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첫째는 구미·포항 등 산업군과, 두 번째 농업·어업, 세 번째는 문화·관광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산업에서는 AI를 적용한 생산성 증대와 비용 감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에 집중해야 한다. AI를 적용하려면 대구·경북에 있는 포항의 포스텍과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 대학연합과 협의체를 통해 AI를 어떻게 산업에 적용시킬 것이냐를 연구해야 한다. 그러면 중소기업 등 기존 공장의 제조 및 생산성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같은 부품을 생산하더라도 훨씬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

농업과 어업은 지금 기후 변화 때문에 농지에서는 농작물 생산이 어렵고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잡거나 키우기가 어렵다. 실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 지금 굴 생산이 잘 안되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팜, 스마트농업, 스마트 어업으로 가야한다. 경북 상주를 비롯해 북부 지역은 땅도 넓어 최소 10만~100만평의 대대적인 스마트 농업을 통해 그 안에서 대한민국 먹거리를 다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포항이나 동해쪽 역시 대규모 스마트팜을 통해 대량의 물고기를 생산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

특히, 문화·관광분야는 문화 소재가 중요한데 경북 북부지역의 경우는 지금 많이 널려 있다. 외국인들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은 올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좀 더 넣어야 된다. 예를들면 봉화군의 경우 베트남 마을에 화산 이씨들이 살고 있다. 여기를 성지화해 베트남과 연결고리를 만들면 외국 사람들이 올 수 있는 명분이 되고, 그 분들이 봉화에 왔다가 안동도 가고 영주도 가고, 문경도 가고 예천도 갈 수 있다. 외국 사람들이 좀 많이 올 수 있는 그런식의 포커스를 맞춰야 하지만, 지금 각 지자체는 내국인 중심이라 관광객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문화 관광 중에서는 정신 수련, 병상, 참선 등 정신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템 별로 품목을 정해 지능적인 정책을 써야지만 성과가 난다. 그것도 한꺼번에 다 할 여력은 안 되니까 산업 쪽에 먼저하고 그다음 농업 쪽에 하고 문화·관광 쪽에 집중한다든지 어떤 아이템을 정해서 발전 전략을 쓰는것이 효과적이다.

대학의 경우도 모두가 비슷한 종합백화점식 학과를 두지 말고 전문 특성화를 해야한다. 예를 들어 A라는 대학은 산업 쪽 특성화, B대학은 농업 쪽에 완전히 세분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식의 교육 시스템을 대구·경북이 선도해 나가고 행정 통합까지 이뤄 낸다면 대한민국 발전의 중추가 되고 글로벌 발전의 모범도시가 될 수 있다.

TK가 새로운 혁신 대전환을 통해 꼭 행정 통합이 되기 전이라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롭게 도약하는 것이 제 꿈이다.

-저서 ‘레블루션 코리아’를 소개해달라.

△대한민국 어느 지역이나 군단위까지 모두 다 적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로 과거 박정희 시대의 중심축과 그런 모범을 보이는 지역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으로 책자를 발간했다.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AI를 활용한 경제 대혁신이 가장 척도라고 본다. 모든 분야에 AI를 활용하는 것에서는 대한민국이 1등이다. 따라서 농업·산업 등에 AI를 활용하고 기업과 행정, 우리 생활에도 과감하게 AI를 적용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광케이블이 깔려 있고, 어디서나 인터넷망이 팡팡 터진다. 고속도로로 따지면 100차선이 넘는 고속도로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한민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AI를 적용해 세계 일등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가 전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

교육 시스템 역시 중요한데 AI를 활용해 적성 교육과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재능을 찾아내면 다양한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진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향후 계획 또는 하고 싶은 일은.

△만약 정부에서 다시 일하게 되면 지금처럼 지역에 (푼돈)쪼가리로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총액 기준 1~2조원씩 통으로 지원하고 싶다. 그런 돈을 가지고 각 지자체가 지역 발전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발전 속도가 엄청 빨라질 것이다.

TK출신으로 대구·경북 발전에도 관심이 많다. 언제라도 대구경북 발전을 위해 자문도하고 노력도 할 것이다. 현재도 경북 투자유치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을 하고 있고, 포항·칠곡 투자유치위원회 위원과 대학 발전위원 등을 하면서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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