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업분야 국제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2025-03-18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농업분야도 수출입은 물론 해외 직접투자 등 국가간 교역과 협력이 증대되고 있다. 우리 농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식량안보 차원의 해외농업 개발도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 농식품산업의 해외진출 지원사업 목적은 민간의 해외농업 진출과 정착을 지원하며 미래의 해외 식량확보 기반 마련과 비상시 해외농업자원의 반입을 준비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민간의 해외농업 개발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융자지원하고 있다. 해외농업 개발사업의 추진 결과 2023년 기준 18만9000㏊ 농장에서 167만8000t의 농산물을 생산한 것으로 보고됐다.

농업분야의 국제협력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ODA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나누어지며, 무상원조의 주관기관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유상원조의 주관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Korea Eximbank)이다. 정부가 수립한 농업분야 개발협력 추진전략에서는 ODA 규모를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2배 이상으로 확대해 개도국의 빈곤 완화와 농업 기반 경제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 규모가 커지면서 개도국 식량안보와 농업 발전을 위한 우리의 관심과 역할이 커지고 있으나 시설 건립 위주의 단발성 지원으로 인해 사업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가 우리 농업 및 관련산업의 해외진출과 같은 글로벌 전략과 연계되지 못한 한계점도 보이고 있다.

최근의 국제 원조 패러다임은 공공기관 중심의 일방적인 퍼주기식 지원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고 공여국과 수원국 모두가 이득이 되는 ‘공유가치창출(CSV)’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농업분야의 국제협력은 우리 농업 및 관련산업의 해외진출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를 추진할 때 우리의 농기업 혹은 농업인을 참여시켜 우수한 농업기술을 전파하고 계약재배 등을 통해 판로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농업 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것이다.

개도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 농기업 혹은 농업인들은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시장을 넓힘으로써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들은 현지 농업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시장을 확대하는 윈윈 전략, 즉 공유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아울러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민간 기업이 참여해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농업 개발사업과 연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농업분야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에는 농협과 같은 생산자단체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농협은 내수 위주의 사업으로 공적개발원조 사업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농협이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개도국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이를 수출·해외직접투자와 같은 글로벌 사업과 연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얻은 강화된 이미지를 농협 금융사업의 해외진출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독일의 라이파이젠 협동조합은행은 개도국 협동조합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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