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풍력 발전기에 흑백 줄무늬를 칠해야 하는 이유

2024-12-26

- 해상풍력기 터바인 날개와 충돌하는 야생 조류 보호에 효과

- 조류 보호 효과 있지만 생태계에 끼칠 장기적 영향 연구 절실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풍력발전기는 안전하고 무공해로 전력을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 에너지 시설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전 세계 곳곳에 설치 운영되고 있는 풍력발전용 터바인 날개는 급격한 야생 조류 수 감소의 주범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가령, 2023년 출판된 MIT 환경 포털에 따르면, 2013~14년에 발표된 연구서는 환경과학 부문의 저명한 학술지를 인용해 회전하는 풍력발전 터바인 근처를 비행하다 다치거나 죽는 사례는 미국에서만 한 해에 14만 건에서 많게는 68만 건 가까이 발생했다고 보고됐다.

이 수치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발표된 결과인 만큼, 설치된 글로벌 풍력발전기 수가 약 3배 가량 많아진 현재 회전하는 풍력발전 터바인 날개에 생명을 잃는 조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임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풍력발전기 날개에 공중의 새들이 피해를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의 시야는 구조적으로 크고 움직이는 사물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진화했다. 특히 사냥을 하는 새들의 경우, 이들 조류의 눈은 작은 사냥감을 포착하고 집중하는데 특화됐을 뿐만 아니라 선명한 색상들을 대조할 수 있는 색채 감식력이 부족한다.

또, 새의 눈이 인지하는 공간 해상도 가장 높은 곳은 정면이 아니라 측면이다. 인간의 시야와 달리 새는 대체로 측면에 있는 사물의 세부적 디테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우수하고, 독수리 같은 대형 포식성 조류는 먹잇감을 쫏아 아래쪽으로 시야를 집중하기 때문에 회전하는 터빈 날개와 같은 정면 장애물을 간과하고 터빈 날개와 충돌하는 경향이 있다.

사냥을 하는 육식 맹금류(가령, 독수리, 매, 올빼미 등)와 원양 환경에서 서식하는 바닷새 등 멸종 위기에 있는 희귀조들인 경우가 많아서 조류학계의 경고와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최근 에너지 과학자들은 풍력발전기의 차질 없는 효율적 운영이 방해받지 않으면서 야생 조류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갖가지 방안을 모색해왔다.

일군에서는 새에 시각적 경각심을 주기 위해 터빈 날개에 밝은 색상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최근 영국 버밍햄 대학의 그래엄 마틴(Graham Martin) 박사와 비정부 공공기관인 내추럴 잉글랜드(Natural England) 소속 알렉스 뱅크스(Alex Banks)는 터빈 날개 흑백 줄무늬를 칠하는 것만으로 멀리서 날아오는 새에 충분한 시각적 경고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연구 논문을 ‚글로벌 생태학 및 보존(Global Ecology and Conservation)‘ 학술지에서 발표했다.

사실 시각적 신호를 통한 원양 풍력발전 단지에서 해양 조류들의 터바인 충돌 사고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는 처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다 앞선 2020년 노르웨이의 과학자들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터바인 날개 중 하나만 흑백 줄로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해양 조류의 터바인 충돌 사고를 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역시 2020년에 버드라이프 사우스아프리카(BirdLife South Africa)와 남아공 풍력협회(SAWEA)가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터바인 날개에 아무런 패턴이라 줄무늬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야생조류들이 풍력발전기 충돌 방지에 눈에 띌만한 효과가 있음을 알아냈다고 한다. 현재 남아공 소재 우모야 에너지 풍력발전 단지에서는 터바인 날개에 빨강색 줄무늬 칠을 하고 효과를 관찰하는 실험을 실시 중인데 한 두 해 안으로 실효성이 입증되면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의 시야는 아주 작은 변화도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회전하는 터바인 날개에 흑백색 선에서 반사되는 반짝거림 효과는 인간의 해양 및 항공 교통안전 규칙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해양 조류에 경고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이 솔루션은 원양 해상 풍력발전 단지가 달성해야 하는 각종 신재생에너지 규제치 달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에서도 흑백 줄무늬 터바인 날개는 정책적 차원에서 미래 모든 원양 해상 풍력발전 단지 설계에 필수적 디자인 사양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이 논문은 결론내린다.

해상 풍력발전기 터바인 날개에 흑백 줄무늬를 추가하는 방안이 해양 조류 보호에 있어 간단한 적용과 저렴한 비용으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추후 그로 인한 해양 철새들의 이동 패턴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그에 따른 효과로서 해양 생물의 생태계 및 인간의 해상 활동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한층 심층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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