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창작 활성화와 기술혁신의 조화

2025-09-15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AI)과 함께 살아간다. 2014년 영화 ‘그녀(HER)’가 그린 인간과 AI의 교감은 이제 현실이 됐고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제 AI는 단순히 정보를 찾아주거나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영화 산업에서 AI 기반 시각특수효과(VFX), 자동 렌더링 기술 등이 활용돼 상상 속 장면을 생생하게 구현하고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는 AI 합성과 실시간 표정·동작 생성 기술로 전 세계 팬들과 교감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AI가 창작의 다양성을 위한 재료이자 도구로 활용될지 혹은 창작 시장에 유사 산출물로 인한 구축 효과로 창작 의욕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이로 인해 전 세계가 저작권 제도를 다시 검토하고 있으며 창작자와 AI 사업자 간 수많은 소송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창작자와 이용자의 균형을 잡는 일, 즉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기술 발전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는 단순히 법적 논쟁을 넘어 앞으로의 문화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리 잡을 수 있는가를 가르는 핵심 과제다.

건강한 문화 생태계란 창작자가 안심하고 작품을 만들고, 이용자가 자유롭고 정당하게 향유하고 재해석할 기회를 얻는 동시에 창작물이 활발히 유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창작과 이용이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창작 인센티브를 위해 표현을 보호하는 동시에 공공 저작물 자유 이용과 공정 이용 등 다양한 제한 규정을 둬 창작의 다양성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추가적으로 AI 기술 선도를 위해 새로운 저작권 제한이나 공정 이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AI 발전과 새로운 서비스,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저작권 제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해외에서 AI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세부적인 상황에 따라 상이한 판결이 나오고 있어 공정 이용 등에 대한 기준도 지속적인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 면책뿐 아니라 저작권 문제가 없는 데이터 이용 방안, 효율적인 저작권 활용 지원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창작자의 참여로 운영되는 공유 저작물, 오픈소스 등 자유 이용 저작물 활용도 해법이 될 수 있다. 미국 연구진 등이 참여한 ‘더 커먼 파일(The Commom Pile)’이 미국 의회도서관과 인터넷 아카이브에서 디지털화한 30만여 권의 공개 도메인 도서를 활용해 데이터세트를 구성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저작권의 이용 계약 지원을 위해 저작권 집중 관리 제도, 저작권 권리 정보 시스템 등 기능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음악 중심의 대량 거래 시스템을 AI 시대에 맞게 다양한 분야의 저작물까지 권리 정보 처리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고도화해나가야 한다.

창작자의 보호와 자유로운 이용의 균형을 함께 나누고 지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장치가 적절히 돌아갈 때 창작은 더욱 활발히 꽃핀다. AI 저작권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지만 하나의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자유 이용 저작물과 합법적 계약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함께 모색할 때 창작 활성화와 기술 혁신의 균형이 가능하다. 이러한 균형으로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의 문화 강국과 AI 3대 강국을 위한 정책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