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재편 작업에 돌입했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병무 공동대표를 선임하며 사업구조를 수술대에 올린지 1년만이다. 이에 FETV는 박 대표 체제 1년 동안의 변화와 성과, 향후 전망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FETV=신동현 기자] 박병무 공동대표는 취임 1년을 맞아 발표한 ‘2025년 신년사’에서 “벤처 정신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사업 구조 전환과 인력 조정을 거쳐 다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24년 인사에서 엔씨소프트 창업주 김택진 대표는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공동대표로 영입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거쳐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VIG파트너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 한국법인 대표 시절 하나로텔레콤과 제일은행 인수를 주도했으며 VIG파트너스 대표로 재직하며 동양생명, 버거킹, BC카드 등 총 17개 기업의 M&A를 성사시키며 인수·합병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엔씨소프트에는 2007년부터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오랫동안 연을 맺고 있었다.
박 대표가 공동대표로 취임할 당시 엔씨소프트는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창립 이후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핵심 지식재산권(IP) ‘리니지’의 매출 하락이 뚜렷해지면서 위기가 불거졌다.
특히 김택진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전 수석부사장 겸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는 리니지 시리즈를 이끌며 흥행을 견인했다. 하지만 리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과금 모델 위주 운영으로 매출 감소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표는 개발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퍼스트스파크 게임즈, 빅파이어 게임즈 등 4개의 독립 개발 스튜디오를 분사해 보다 유연한 신작 개발 환경을 조성했다.
이는 중앙집중식 개발 구조와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개발팀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박 대표는 임시 주주총회서 "본사에 너무 많은 인력이 집중돼 있다 보니 창의성과 절실함이 떨어진 면이 있었고 도전 정신을 북돋우기 위해 독립된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로 했다"며 "중앙집중식 개발 구조와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개발팀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 설명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해 김 전 CPO는 직위와 함께 해외 법인(엔씨 아메리카·재팬·타이완) 대표에서 퇴임했다. CPO 조직도 사실상 해체되는 수순을 거쳤다.
대신 최고사업책임자(CBO) 체제를 신설했다. 게임 개발 및 사업 등 핵심 경쟁력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갖춘 조직 체제로 현재 이성구, 백승욱 CBO를 중심으로 라이브 IP 경쟁력 강화, 신규 IP 개발 등을 추진 중이라는게 엔씨 측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게임에 대한 평가는 유저와의 여러 가지 소통을 통해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 대세"라며 "유저의 반응과 유저의 피드백을 얻는게 우선순위"라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 맞춘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는 기존의 운영 방식도 이용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2월 3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실시간 소통 방송 콘텐츠인 ‘스탠바이M: 아덴학교 개학식’을 통해 유저들의 문의 사항과 개선 요청을 업데이트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과금 모델도 조정 중이다. 최근 리니지M과 리니지W에 리부트 서버를 오픈해 기존 대비 과금 부담을 낮추고 별도 서버 운영을 통해 게임 본연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것이 엔씨소프트 측의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부트 서버를 통해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과금 모델에 대한 지속적인 조정을 통해 유저 경험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내부 구조조정에 이어 실적 회복을 위한 변화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투자 및 M&A 전략을 강화한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와 미스틸게임즈에 투자해 ‘타임 테이커즈’의 글로벌 퍼블리싱 판권을 확보했다. 또 스웨덴 ‘문 로버 게임즈’와 폴란드 ‘버추얼 알케미’에도 투자하며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박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투자 및 퍼블리싱 계약 규모가 약 600억~700억원 수준”이라며 “올해에도 최소 600억에서 7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와 M&A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인공지능) 기반 B2B(기업 간 거래) 사업도 확대한다. 엔씨소프트는 작년11월 AI 부문을 별도 법인(NC AI)으로 분사했고 지난달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WC 2025)’에서 패션, 데이터 분석, QA(품질 관리) 등 AI 기술을 공개했다.
박 대표는 “엔씨소프트는 7~8년 전부터 AI 연구를 지속하며 독자적인 LLM(대규모 언어 모델) ‘바르코(VARCO)’를 개발해왔다”며 “앞으로는 AI 서비스(SLLM) 제공 등 특화된 AI 전략으로 조정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