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시] 바닥에 흩어진 조각을 자신의 감각으로 재배열하다

2025-11-13

달을 보며 빌었던 수많은 소원은 어디에 있는가. 박광태 작가는 그 질문에서 출발해 소원이 욕망으로 변해 땅 위를 굴러다니는 현실의 풍경을 이번 전시에 담았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한 욕망의 조각을 주워 다시 바라보고, 그것이 달빛 아래 소원으로 되돌아가는 순간을 탐색한다. 전시는 욕망과 소원, 기억과 반성의 경계에서 스스로에게 묻는 작업이다.

전시의 첫 장면은 눕혀놓은 ‘문’이다. 관객은 문을 지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문을 다시 바라보는 위치에 놓인다.

박 작가는 “문이라고 하는 것은 세워놓고 지나다니는데 문이 안 보인다”며 “그걸 눕혀놓고 어딘가로 들어가는 의식 같은 느낌을 생각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고제 목재, 벽돌, 시멘트, 쇠 파이프를 함께 배치한 방식에 대해서는 “시간과 공간, 부딪힘과 조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장 한편을 가득 채운 ‘흔들리는 나뭇잎에서 바람의 얼굴을 보다’는 H빔과 흙더미가 마치 땅따먹기처럼 놓여져 있다.

박 작가는 “H빔은 현대, 산업, 아파트, 욕망이 많은 나라 같은 느낌이다”라고 설명하며, 작품 한쪽에 놓인 작은 흙더미를 “진 패자의 얼굴 같은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바람의 실체를 본 적은 없지만 흔들리는 나뭇잎을 통해 지나감을 느낀다”며 “개발의 장면에서도 그런 얼굴이 보인다”고 말했다.

후반부 공간 ‘독창회’는 전시에서 가장 내밀한 장소다. 관객이 어둠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성한 방으로, 박 작가는 “기도실 같은 공간이다”고 정의했다.

그는 “자기 내면을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다. 바쁘기도 하고 여러 환경 때문에 나 혼자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나 공간이 없다”며 “그 돌의 노래를 통해 내 안에 있는 노래나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그 안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턱’, ‘커튼콜’, ‘푸른 벽의 낙서’ 등을 비롯해 작가가 오래 바라본 장면들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돼 있다.

소원이 욕망으로 변하고, 다시 소원으로 되돌아가는 흐름을 따라가는 구성으로, 관객은 흩어진 조각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을 비춰보게 된다.

끝으로 박 작가는 박 작가는 “나를 만났으면 좋겠다. 제가 만든 작업들은 거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를 비춰보고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관객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예술공간 아름에서 15일까지 진행된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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