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번식 위험 큰 화장실…전기료 아끼려 ‘이것’ 끄면 더 큰일

2025-02-20

집안에서 세균 번식 위험이 가장 큰 곳 가운데 하나가 화장실이다. 창이 없거나 작아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데다 물 사용이 잦아 습도까지 높아서다. 무엇보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분비물의 비말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화장실 곳곳이 세균에 노출된다. 그런데 변기 사용 시 변기 뚜껑을 닫고 화장실에 설치된 ‘환풍기’만 켜도 세균 확산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중국지질과학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위험 분석(Risk Analysis)’을 통해 변기 물을 내릴 때 공기 중으로 퍼지는 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 등의 농도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허용 기준을 초과했지만, 환풍기를 가동하면 병원균 확산 위험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중국의 한 사무실 건물 화장실 두 곳에서 바이오 에어로졸(대기에 떠도는 미세한 생물학적 입자)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화장실 한 곳은 사용자가 쪼그려 앉아야 하는 변기(화변기) 형태였고, 나머지는 비데가 있는 변기(양변기)로 돼 있었다.

실험 결과 두 변기 모두 공기 중으로 병원균이 퍼졌는데, 그 정도는 화변기가 더 심각했다. 화변기는 양변기에 견줘 대장균이 16~27%, 황색포도상구균은 42~62% 더 많이 배출됐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으로 구토‧설사‧복통 등을 유발한다.

변기에 분비물이 있을 때 확산하는 세균 농도는 더 높았다. 빈 변기의 물을 내리면 대변이 있을 때와 비교해 황색포도상구균은 25~43%, 대장균은 16~27% 더 낮게 검출됐다.

세균 확산 감소는 환풍기를 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변기 뚜껑을 닫고 환풍기를 작동하자 공기 중으로 확산하는 세균 농도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용변을 본 후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면 세균 확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미세한 세균 입자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변기 뚜껑을 닫고 환풍기까지 켜면 미세한 세균 입자의 확산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와지드 알리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화변기와 양변기 등 모든 변기 형태에 적용된다”며 “환기팬의 효율성과 공기 교환율을 높이면 바이오 에어로졸 농도와 확산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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