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방조자도 처벌 강화하자는 제안

2024-06-23

‘술 권하는 사회’(현진건의 단편소설 제목, 1921년 발표)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통하는 소재다. 또 한 가지 달라지지 않은 것은 ‘술에 관대한 문화’다.

그런 문화 속에 살아남은 말이 있다. ‘술이 사고를 친다’는 시쳇말이다. ‘술이 원수’, ‘술 때문에’라는 말은 술로 인한 사고를 두둔하거나 합리화할 때 곧잘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가수 K씨가 본인의 인정에도 음주운전 혐의를 벗은 일을 두고 ‘술에 관대한 문화’ 때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K씨를 구속기소하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는 적용해도 경찰이 송치 단계에서 포함했던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검찰은 그 이유를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K씨가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 음주 측정을 했고, 사고 당일 시차를 두고 여러 차례 술을 마시는 바람에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경찰은 마신 술의 양과 알코올 도수,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 등을 근거로 음주 수치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K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정지 수준인 0.031%로 보고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연합뉴스는 23일 시중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누리꾼들 사이에는 ‘음주운전을 해도 (혐의) 적용이 안 되게 하는 방법을 널리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 ‘술 먹고 운전하다 걸릴 것 같으면 무조건 도망가면 되겠다’, ‘음주운전하고 사고 났을 때 도주하면 음주운전 처벌을 면한다니 정말 재미있는 법’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마침 삼성화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음주운전과 관련, 23일 이런 제안을 했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2019년 음주운전 처벌 강화 이전(윤창호법 시행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만큼 ‘음주운전 방조 행위자’도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유상용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근절 문화가 뿌리내리려면 일본에서처럼 차량 제공자, 주류 제공자 등 음주운전 방조 행위자도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수 K씨 사례를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 관련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22대 국회에서는 속칭 ‘K씨 방지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됐다. 그중에는 이른바 ‘술 타기’(=음주운전이 들통나지 않도록 급하게 술을 찾아 마셔서 경찰의 측정에 혼선을 주는 편법 행위) 처벌 규정도 들어가 있다.

그릇된 음주문화가 사회 정의와 안전, 가정의 평화까지 흔들어놓는다면 법으로라도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 규제 조항에는 음주운전 방조자 처벌 조항도 집어넣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술에 관대한 문화’는 사회적 득(得)보다 실(失)을 더 많이 가져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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