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IA의 타격 훈련 시간, 패트릭 위즈덤(34·KIA)의 차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시선이 집중된다. 새 외국인 타자의 모든 것은 관심과 관찰 대상이다. 일단 ‘파워’는 확실하게 확인했다.
KIA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캘리포이나주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의 그레이트파크 스포츠콤플렉스의 야구장은 가운데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120m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121m)와 비슷하다. 타구가 많이 넘어가자 선수들은 챔피언스필드보다 조금 작은 것 같다고 체감하고 있다.
훈련을 시작한 지 약 열흘, 위즈덤의 타구는 수 없이 펜스 뒤로 넘어갔다. 좌측 펜스는 물론이고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홈런 타구가 많이 나온다. 오른손타자인 위즈덤이 밀어서 홈런을 때리는 것이다.
위즈덤은 KIA가 고심 끝에 영입한 새 타자다. 그동안 중장거리형 외야수를 선발했던 KIA가 오랜만에 뽑은 ‘거포형’이다. 3년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둔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작별할 정도로 KIA는 올시즌 외국인 타자의 장타에 승부를 걸었다. 메이저리그에서 3년 연속 20홈런 포함, 통산 88홈런을 친 위즈덤은 경력에 어울리는 첫인사를 캠프에서 하고 있다. 그동안 거쳐간 외국인 타자들과는 사뭇 다른 ‘타격 첫인상’에 선수들도 감탄하는 중이다.
감탄의 첫번째 대상은 개수가 아닌 비거리다. KIA 구단 관계자는 “좌측으로 넘어갈 때는 그냥 쉽게 넘어간다. 비거리가 상당하다. 그런데 우중간으로 가는 타구도 넘어간다. 타이밍이 살짝 늦는데 힘으로 끝까지 밀어보내는 느낌이다. 맞을 때면 ‘와~’하는 감탄이 옆에서 쏟아지곤 한다”고 귀띔했다. 최형우도 지켜보며 “우리랑 달리 공 한 두개 뒤에서 맞는 느낌”이라고 했다.
위즈덤이 더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타격포인트가 뒤로 밀린 이유에 있다. 코칭스태프가 감탄하는 지점이다.
KIA가 캠프에서 직접 마주하기 전 영상으로 접했던 위즈덤은 당겨치는 홈런 타자였다. 그러나 실제 타격 훈련에서는 밀어서 홈런을 친다. 타이밍이 정확히 안 맞지만 우중간으로 밀어서 치고 그 와중에 힘이 실려 홈런이 많이 나온다. 많은 팀들이 새로 입성하는 외인 타자들에게 바라는 모습이다. 실제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에 KIA 코치진도 놀란 모습이다.
홍세완 KIA 타격코치는 “파워는 확실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당겨치는 타자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밀어치길래 물어봤다. 자기 스윙 스타일을 분석했을 때 KBO리그 변화구 대처가 잘 안 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해서 밀어치는 연습을 하고 왔다고 답하더라”며 “지금 타격 포인트가 조금 늦는 것은 맞다. 밀어치는 연습 과정에서 공을 좀 더 불러들여 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다. 원래대로만 쳤으면 좌측으로 많이 넘겼을텐데 파워 좋은 타자가 연습 때 당겨서 멀리치는 건 의미 없다. 잘 치기 위해서는 바깥쪽이나 흘러나가는 볼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그걸 연습하면서 포인트가 뒤로 온 것이라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 거포형 외인 타자가 KBO리그에 왔을 때 겪는 어려움이 있다.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하고 홈런 만큼 삼진도 많고 타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위즈덤의 파워는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변화구 대처 능력이나 콘택트 능력도 어느 정도는 보여줘야 안심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구단이 기다리지 못하면 선수는 조바심이 나 결국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경우도 많다. KIA는 개막 이후 시간을 충분히 두고 기다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특히 위즈덤이 캠프에 와서 보여준 모습으로 없던 기대감마저 생기고 있다.
홍세완 코치는 “국내 투수들은 유인구를 많이 던지기 때문에 분명히 처음엔 고전할 거다. 그걸 타석에서 얼마나 여유있게 기다릴 줄 아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위즈덤은 얘기해보고 훈련하는 걸 보니 성격이 급하지도 않은 것 같다. 하면서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위즈덤은 당겨칠 때 스윙이 짧다보니 아크가 작다. 그게 자신의 문제라는 걸 알고 연습을 해온 거다. 미국에서 88홈런 친 선수가 KBO리그에 오면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꿔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투수 공에 대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원래는 연습 보고 판단을 잘 안 하는데, 위즈덤은 여기 와서 연습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