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국교위, 허송세월 3년

2025-08-31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지난 3년이 어이없고 허무하다. 대통령 직속 기구,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간판만 찬란하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장관 대우를 받는다는 위원장의 이름뿐이다.

그 이름은 시작도 끝도 창대했다. 친일 식민사관 논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참여 문제로 출발이 떠들썩하더니 황금 거북이 선물 의혹으로 시끌벅적 마무리를 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통합 형성적 정책을 수립해, 정파를 뛰어넘는, 수용성 높은 국가교육 비전을 만들자는 것이 국교위의 설립 취지였다. 우리는 1970년대 중반 독일의 분열, 대립하고 있던 정치, 사회 세력들이 치열한 공론을 거쳐 내놓은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상상하면서 국교위 출범을 응원했다. 그러나 지금 그런 기대는 모두 헛된 꿈이 된 것 같다.

황금 거북이 선물 의혹은 그렇지 않아도 바닥인 국교위의 사회적 신뢰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런데도 그는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잠적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이렇다 저렇다 분명히 사실을 밝혀야 하고, 근거가 있는 거라면 임기가 단 며칠 남아 있더라도 서둘러 사퇴하는 것이 도리다.

국교위의 존립 기반은 사회적 신뢰다. 그것이 있어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고 그 바탕 위에 통합 형성적 정책과 수용성 높은 비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자면 ‘공개, 공유, 공론’의 원칙이 필요했다. 교육개혁 의제들은 하나하나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의제들은 모두 공개되고, 정보가 모든 이에게 닿도록 공유되어야 하며, 사회적 숙의를 바탕으로 공론해야 할 일들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들은 ‘비밀주의’로 다루어졌다. 의제, 논의 과정, 자료, 회의록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공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라는 취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중장기 국가교육 발전 전문위원회’의 파행은 대표적 사례로서 내가 직접 겪은 일이었다. 전문위원회는 몇개의 작업 분과로 나누어져 있었고 각 분과에서 만든 안건을 전체회의에서 결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분과장이 전문위 전체회의에서 다루어질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사전담합’을 시도했다. 그는 회의에 앞서 전문위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위원장에게 ‘처리’를 미리 부탁해놓고 다른 분과장들에게는 위원장이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함께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짬짜미’라 부르는 이 음모는 사전에 포착되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전담합’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는 사회적 합의 정신을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일이었다. 사회적 합의의 기본 전제인 신의 성실의 원칙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는 전문위원회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배용 위원장은 끝까지 진상 확인, 책임 규명을 분명하게 하지 않았다. 그 문제를 일으킨 분과장이 사표를 냈고, 위원장은 그 이유를 묻지 않고 그것을 처리한, 이른바 ‘불문 수리’를 해버렸다. 그것이 어떤 일이고 왜 일어났으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있을 리 없었다. 재발 방지 조치는커녕 변명, 회피, 호도로 일관했다.

돌이켜보면 이 일은 예견되었다. 위원회의 구성은 편향적이었고 정보는 특정 의견그룹의 폐쇄 회로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의견그룹 사이의 협의는 없었다. 이런 형국은 전문위뿐만 아니라 국교위 전체에 만연해 있었다.

국교위 3년은 허송세월이었다. 다양한 의견들을 모으고, 장기적 교육정책 수립, 사회적 합의 도출, 현장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었다. 어떤 정치 변화에도 휘둘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미래 교육을 준비하도록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만들어놓은 국교위의 취지는 스스로 무력화되었다.

이제 우리는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국교위가 근본적 혁신을 하든지,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든지 해야 한다. 지난 3년을 겪고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위원장의 능력과 자질이다. 지도자의 도덕성, 전문성,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참여의 확대다. 시민사회와 교육현장이 국교위 운영에 더 많이 참여해 미래 교육에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교육개혁의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국교위 3년의 실패를 인정하고 철저히 평가해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개혁의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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