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금투 생태계 혼란 야기할 조직개편

2025-09-14

“앞으로 1년 내내 검사만 받다가 끝나게 생겼네요.”

금융감독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신설하기로 한 정부의 조직 개편안에 대해 한 금융투자회사 임원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평가했다. 금감원 검사는 정기·수시 검사 등 유형이 다양해 금융사는 검사별로 맞춤형 대응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소원까지 단독 검사권을 가지면 양 기관으로부터 ‘이중 규제’를 받으며 1년 내내 검사 준비에 허덕일 것이라는 푸념이었다. 금융사의 ‘앓는 소리’로만 치부하기에는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하는 검사의 90%가 영업 행위 검사인데 이 부분은 소비자 보호와 관련이 있다”면서 “업무가 중복돼 비효율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벌써부터 금소원과의 권한 다툼에 들어갔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밥그룻 싸움’을 넘어 금융사와 금융소비자가 조직 개편의 부수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와 업계의 평가다. 일단 금융사는 조직 개편발(發) 혼란으로 금융 당국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허용되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이 거론된다. 금융 당국은 올해 1호 IMA 사업자를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혼란이 가중돼 사업자 지정 등이 후순위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방안의 동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조달액의 25%를 모험자본으로 의무 공급해야 하는 IMA 사업자는 모험자본 활성화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IMA 사업 안전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IMA 첫 사례인 데다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증권사가 지급을 보장하는 형태의 상품이라 출시 전 당국과 회사 간 충분한 소통이 필요한데 혼란이 장기화하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여부도 논란이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에서 해오던 업무를 금소원이 맡게 된 건데 조직 분리만으로 소비자 보호 효과를 드라마틱하게 높일 수 있냐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금소원 신설이 결국 새 정부의 ‘자리 만들기’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소원 기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금융 민원·분쟁 조정 처리 등을 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 간 업무 분리 과정에서 빚어질 혼란으로 하루가 급한 금융 취약 계층의 생계형 민원마저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결국 조직 개편으로 야기될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의 몫이 된 셈이다.

여당은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사와 금융소비자가 입게 될 여러 부작용을 외면한 채 꼭 강행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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