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시즌 두산 내야의 열쇠는 강승호(31)다. 그가 시즌을 어떻게 출발하느냐에 따라 내야 전체의 구상이 달라질 수 있다.
강승호는 비시즌 기간 꾸준히 3루 수비를 연습했다. FA로 이적한 허경민의 빈 자리를 강승호로 메운다는 게 두산 벤치의 1차 구상이다. 강승호가 3루에 안착한다면 내야 활용 폭이 커진다. 신예 여동건에게 2루를 맡기면서 보다 더 안정적으로 기용할 수 있고, 박준영을 유격수로 쓸 수 있다. 다음 달 시작하는 전지훈련에서 최종 점검을 하고 결론을 내리겠지만, 일단은 ‘3루수 강승호’를 중심으로 판을 짜놨다.
성공 효과는 크지만, 부담 또한 작지 않다. 허경민 이적, 김재호 은퇴 이후 두산 내야에서 1루수 양석환을 제외하고 확실한 주전이라고 할 만한 선수는 강승호 하나다. 그런 강승호가 3루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흔들린다면 내야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
강승호가 수비가 좋은 선수는 아니다. 지난 시즌 첫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실책 8개를 저질렀다. 본인 스스로 ‘실책 40개는 할 줄 알았다’고 할 만큼 실책이 많았다. 아내가 액을 쫓는다며 소금을 몸에 뿌려줄 만큼 고민도 많았다. 다행히 시즌 중반 이후로는 실책을 많이 억제하면서 13실책으로 시즌을 마쳤다. 주포지션인 2루에서도 수비가 불안한데, 낯선 3루로 옮겨도 괜찮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승호가 3루 수비를 본 건 2022년이 마지막이다.
우려가 나오는 만큼 예년보다 이번 비시즌 기간 더 많이 땀을 흘렸다. 어느새 프로 12년 차, 베테랑 많은 두산 안에서도 중고참이 됐는데 마무리캠프 훈련을 자청했다. 타격 밸런스를 가다듬는 한편 수비 연습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강승호는 “아예 안 해본 포지션은 아니니까, 적응하는데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일단 적응을 하고 나면 불편함 없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승호는 지난달 3억7000만원에 연봉 재계약을 했다. 종전 2억555만원에서 45.1%가 올랐다. 2022년부터 3년 연속 비FA 야수 고과 1위를 기록했다. 대형 FA계약을 맺은 베테랑들 외에 이렇다 할 얼굴이 없다는 게 두산의 고민이다. 그 와중에 강승호 홀로 몇 년째 꾸준히 활약 중이다.
2021년 두산 이적 이후 강승호는 매년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양석환(142경기)에 이어 팀 내 가장 많은 140경기를 소화하며 18홈런을 때렸다. 나이 서른을 맞아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수비다. 강승호가 3루 수비라는 새로운 도전과제까지 무난히 풀어낸다면 내야진 전면 재정비에 나선 두산 역시 확실히 숨통이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