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밍아웃’·‘덕밍아웃’·‘쌍밍아웃’... 무분별한 ‘○밍아웃’ 용어 사용 괜찮나?

2024-10-04

남양유업, ‘임밍아웃’ 인증 캠페인 진행

X 이용자, “‘커밍아웃’ 우습게 만드는 ‘임밍아웃’ 단어 사용 지양해야”

유튜브·기업·언론·정부, 고민 없는 ‘신조어’ 사용 문제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성소수자가 본인의 정체성을 주변에 밝히는 것을 뜻하는 ‘커밍아웃(Coming out)’을 활용한 다양한 신조어들이 마케팅·미디어 등을 통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X(구 트위터)에는 ‘임밍아웃’, ‘덕밍아웃’ 등의 신조어가 ‘커밍아웃’이 가진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비판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성소수자가 성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운 사회라는 맥락이 포함된 단어를 고민 없이 가져다 신조어에 활용하는 것이 ‘인권 감수성’이 결여된 행위라는 지적이다.

4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유튜브, 홍보 마케팅, 언론 등 미디어 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밍아웃’ 용어가 논란이다.

지난 2일 남양유업은 오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서프라이즈 베이비’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해당 캠페인은 출산 장려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참가자가 개인 SNS 계정에 ‘임밍아웃’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임신을 알리는 게시물을 올리면 기저귀 가방 등이 포함된 키트를 받을 수 있다.

임밍아웃은 ‘임신’과 ‘커밍아웃(Comming Out)’ 두 가지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로, 임신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뜻한다.

한편, X(구 트위터)에는 ‘임밍아웃’ 용어 사용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이용자들은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을 임밍아웃이라고 표현하지 말아라”, “축복이 뒤따르는 임신 발표와 사회적으로 숨길 것으로 여겨지는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밝히는 행위를 동일선상에 놓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밍아웃의 어원인 ‘커밍아웃’은 ‘come out of closet’에서 유래한 것으로 성소수자들이 더 이상 벽장 속에 숨어 있지 않고, 세상에 나와 본인의 정체성을 밝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사회적 멸시와 비난으로 ‘벽장’에 비유될 만큼 밝히기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을 임신 등 사회적으로 공개해도 무리 없는 행위에 쉽게 연결 지어 사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다만, 남양유업은 해당 용어를 문화적 키워드로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4일 <녹색경제신문>에 “임밍아웃이라는 단어 사용은 부정적인 의미 없이 저출산 시대에 임신을 축하하는 문화적 키워드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밍아웃’은 관련 비판에도 유튜브, 언론, 정부 지자체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며 ‘자리 잡힌 신조어’로 굳어지고 있다.

유튜브에는 ‘임밍아웃’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영상 썸네일(미리보기 형태의 대표 이미지)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고, 기사 제목으로도 해당 단어를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부산시에서 진행한 ‘모두가 우리를 축하해’ 캠페인 공식 모집 내용에 “임신 소식을 전하는 ‘임밍아웃’의 순간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을 아래 링크를 통해 업로드”라는 문구가 명시되기도 했다.

‘임밍아웃’뿐만 아니라 ‘덕후임을 알린다’는 뜻의 ‘덕밍아웃’, ‘쌍커풀 수술 사실을 알린다’는 뜻의 ‘쌍밍아웃’, 심지어 ‘암에 걸린 사실을 알린다’는 뜻의 ‘암밍아웃’ 등 다양한 ‘커밍아웃’ 파생 단어들이 유행하는 신조어로 쓰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SNS, 유튜브 등 개인뿐만 아니라 대기업, 언론, 정부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집단들 마저 해당 ‘신조어’를 활용하는 것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단어 사용을 고민 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태도가 사회 전반의 왜곡된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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