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진정한 리딩뱅크

2025-02-19

리딩뱅크 의미는 금융업계를 선도하는 은행을 뜻한다. 금리자유화가 도입된 해외 일부 국가에서 리딩뱅크는 주요 금리 결정이나 신규 상품 도입으로 나머지 은행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금리가 자유화돼 있는 미국, 일본 등이 리딩뱅크를 두고 있다. 리딩뱅크는 금융시장 위기에 앞장서 시장 안정을 이끌거나, 시장에 새로운 금융 상품을 도입해 트렌드를 이끌기도 한다. 선도적인 의사결정으로 시장을 이끄는 리더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리딩뱅크는 다른 의미로 평가된다. 국내 리딩뱅크는 수익 순위로 결정된다. 금융권 실적 발표가 끝나면 자산과 당기순이익 등 확실한 지표에 따라 '리딩뱅크를 차지했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리딩뱅크는 은행의 실적을 가늠하는 확실한 지표이자, 금융소비자에게 '1등'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하지만 정말 '리딩뱅크'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는 의문이 든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리딩뱅크' 행보를 살펴보면 시장을 선도하기보다 따라가기 급급한 형국이다. 현재 금융권 흐름을 선도하는 핵심 상품은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나오고 있다. 일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지금 이자 받기', 환전·출금 수수료가 무료인 '외화통장', 가족이나 친구들과 모여 통장 내역을 공유하며 돈을 모으는 '모임통장' 등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 상품을 그대로 모방해 내놓기 시작했다.

진정한 리딩뱅크 역할을 고민할 때다. 물론 시장 규모와 안정성도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수익성에만 초점을 두고 '리딩뱅크' 타이틀을 획득한 은행을 진정한 '리더'라 칭할 수 없다. 매년 은행장 신년사에서 반복되는 '디지털 리딩뱅크' '소비자 퍼스트 리딩뱅크' 목표는 결코 정량적 지표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리딩뱅크 타이틀을 얻은 은행이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시장을 혁신하는 은행이 진정한 리딩뱅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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