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설 연휴 직전인 오는 27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 이달 내로 지급될 예정이었던 3000만원 이상의 카드 대금을 다음달 3일에야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정부는 카드대금 조기수령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직원들 명절 상여금, 납품 대금도 지급해야 하는데, 설 연휴가 길어지면서 총 1억원 가까운 돈이 묶여버리니 단기 카드론이라도 받을까 싶다”고 말했다. 단기 카드론을 받는다면 최씨는 40만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이유로 급하게 지정한 임시 공휴일이 도리어 자영업자들의 급한 돈줄을 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설날 카드 대금 너무 늦어진다”는 불만과 고민글이 잇따라 올라와있다.
한 자영업자는 “임시 공휴일이 싫은 이유가 이것”이라면서 “명절 앞두고 돈이 돌아야 하는데 돈이 일주일 넘게 묶이니 짜증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밖에도 “카드 대금 9일이나 안 들어온다니 걱정” “그래도 31일엔 대금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2월로 넘어가면 너무 힘들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갑작스러운 임시 공휴일 지정을 곤란해하는 이유는 신용카드의 결제 시점과 대금 정산일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 때문이다. 고객에게 카드 결제를 받고 상품·서비스를 내준 가맹점들은 영업일 기준 2~3일 뒤에야 카드사에서 현금 정산을 받는다. 설 명절처럼 연휴가 긴 경우 정산일도 함께 미뤄지는데 여기에 임시 공휴일까지 끼면서 문제가 복잡해진 것이다.
예컨대 최씨처럼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의 경우 카드 대금은 ‘결제일+2영업일’에 지급된다. 27일이 갑자기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이날 받을 수 있었던 23일 매출 정산이 31일로 미뤄지게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31일에 받았어야 할 24, 25, 26일 매출도 다음달 3일에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카드 결제대금 조기 수령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내놔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중소 카드가맹점 사장님들은 카드 대금을 최대 7일 먼저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카드 뉴스에서 “연 매출 5~30억원의 46만2000개 중소 가맹점은 별도 신청 없이도 연휴 이전이나 연휴기간 발생한 카드 결제대금을 조기 수령”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길어진 연휴에 카드 대금 지급이 늦어진 자영업자들을 위해 마치 정부가 조치를 취한 것처럼 쓰여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일반 가맹점의 경우 영세·중소가맹점과 달리 카드 대금 지급일이 ‘결제일+3영업일’로 하루 느린데, 이와 비교해 영세·중소 가맹점이 ‘조기 수령’ 혜택을 받는 것처럼 표기한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해 2020년 3월부터 영세·중소 가맹점의 결제일을 ‘결제일+3영업일’에서 ‘결제일+2영업일’로 하루 앞당겼고, 지난해 9월부터는 감독규정 개정 등을 통해 이를 이미 제도화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소가맹점의 카드 대금 지급일이 ‘결제일+2영업일’로 빨라진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취지의 카드 뉴스”라고 설명했다.
최씨를 비롯한 일부 자영업자들은 임시 공휴일인 27일만이라도 대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금융위·카드사 등은 은행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산 또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산이 미뤄지면서 결국 자영업자들이 받아야 할 대금으로 카드회사만 배를 불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금을 선지급한 뒤 고객에게 결제금을 추후에 납입받는 구조로, 대금 지급이 늦어진다고 해서 카드사가 가맹점의 돈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