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없는 황금연휴… 국론분열에 ‘우울’

2025-01-24

한준호 기자 hjh12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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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 연휴에 해외여행 급증... 골목상권·전통시장은 깊은 한숨 탄핵정국에 정치적 갈등 심화도... “서로를 존중하는 성숙한 대화 요구”

‘역대 최장’ 설 연휴가 개인 휴가로 고착화된 명절 인식, 탄핵 정국에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로 가족과 지역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천공항에서만 연휴 기간 214만명 이상의 해외 여객 수요가 있을 것으로 집계, 골목 상권 곳곳에서는 가족 모임 감소로 인한 대목 실종을 염려하고 있고 모임을 계획 중인 가구에서는 탄핵 정국에 따른 국론 분열이 가정불화로 번질까 하는 우려가 번져 있기 때문이다.

23일 오전 찾은 수원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곳의 상인들은 일찍이 선물용 과일, 육류, 수산물 등을 쌓아두고 명절 대목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걱정 역시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가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귀향길에 오르던 명절 풍경을 밀어내고 ‘해외여행’을 더 익숙하게 만든 탓이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순명씨(76)는 “평소보다 고기를 많이 준비했는데, 연휴가 너무 길어 다들 해외로 떠났는지 손님이 통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인천공항공사는 연휴 기간 214만명 이상의 여객 수요가 있을 것으로 집계하고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설(19만명) 대비 12.8% 늘어난 수치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현재 진행형인 탄핵 정국도 명절 분위기를 가라앉힐 요인으로 지목된다. 친척들이 모여 만드는 ‘밥상머리 민심’이 오히려 국론 분열을 더 자극하고 가정불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원시민 김정희씨(56)는 “지난해 설에도 윤석열 대통령 이야기로 동생과 크게 다퉜는데, 탄핵 심판까지 진행돼 이번 설은 동생 가족과 따로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남시민 이시안씨(39)도 “친척끼리 모이면 정치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요즘처럼 정치적 대립이 심한 시기에는 대화가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쉬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명절의 개인주의화와 정치적 혼란이 맞물려 설 연휴가 공동체, 내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긴 어렵지만 이러한 시기일수록 가족 간 견해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명절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화했고, 지역 네트워크마저 축소되며 명절이 더 이상 공동체 활성화의 계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탄핵 정국으로 국론이 분열돼 가족 간 정치적 대화가 불화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정치적 주제를 애써 피하기보다는 가족 간 입장을 존중하는 성숙한 대화의 자세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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